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9일 이슬람국가들에 대해 탈레반과의 협상에 미국이 응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촉구한 가운데이슬람권 주요 지도자들도 잇따라 미국의 아프간 공격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압데라흐만 자헤드 아프간 외무차관은 전세계 57개국 이슬람 국가들이 가입해있는 이슬람 회의기구(OIC)가 10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긴급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요청했다. 자헤드 장관은 이날 카타르의 알-자지라 위성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방세계, 특히 미국과 영국에 대해 이성과 대화, 협상으로 돌아가도록 요청해줄것을 이번 OIC 외무장관 회의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행히도 이슬람 국가들은 아프간이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부당한공격에 직면해 있는데도 뒷전에 앉아 있다"고 개탄하면서 "세계 강대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먼저 묻지도 않은채 이같은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OIC에 대해 "이같은 공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이번 사태에 개입하라"고 촉구했다. OIC 외무장관들은 이번 회담에서 미.영 양국의 아프간 보복공격과 관련해 ▲보복공습이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는 방안 ▲테러가 이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 ▲팔레스타인 문제 ▲아프간 난민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에 소재해있는 OIC는 아프간에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지난 1996년이래 이 기구의 각종 회합에서 탈레반을 제외시켜 왔다. 한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9일 미국의 어떤 아랍국가 공격에도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OIC 외무장관 회담과는 별도로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아랍연맹 외무장관회담에참석 중인 무사 총장은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아프간 이외의 나라로 확대될 가능성이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카이로 소재 아랍연맹 본부를 통해 배포한 이 성명에서 무사 총장은 "아랍의 입장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아랍국가에 대한 공격도 거부한다"며 "만일 어떤 개인이나 조직에 혐의가 있다면 협의와 필요한 외교, 법률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주장했다. 그는 이어 "군사적인 조치나 행동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앞서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도 미국 주도의 아프간 공격은 `인간적재앙'과 억압받는 시민들의 학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관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란내 이슬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슬람과 기독교는테러를 반대하며 이미 테러와의 싸움을 선언했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자가 돼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한 것으로 통신은 전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억압받는 아프간 국민들이 죄 값을 치러서는 안된다"며 사흘째로 접어든 미국의 군사공격은 "테러 및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정책 또는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든 도덕적 규율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 때문에 침략을 당하게 된 억압받는 사람들을 지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