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으로 7일밤 9시30분(한국시간 8일 새벽 1시 30분)께 단행된 미국의 보복공격은 밤새 계속됐다. 영국과 함께 시작한 이번 공격에는 B-1 등의 폭격기와 아프간 인근 해역에 배치된 군함및 잠수함에 발사된 50여발의 토마호크미사일등이 동원됐다. 주요 공격 타켓은 수도 카불과 칸다하르 등 대략 6곳에 위치한 군사시설,알카에다 테러조직의 훈련캠프,주요 공항,조기 경보시설등이었다. 미국이 이들 6곳을 집중 공격한 것은 지속적인 전쟁수행을 위한 기반시설을 무력화시키기위한 전략이다. 또 아프간 국민들에게 비행기로 구호품을 안전하게 떨어뜨리는데 장애물로 작용할수 있는 공항들을 파괴하는 것도 이번 작전의 주요 목표였다. 초기 공습의 성공여부는 아직 평가하기 힘들다. 아프간의 피해여부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테러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나 탈레반 지도부는 무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공습 작전의 형태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습이 수일간 계속될 것"으로 말했다. 아프간 공격의 최종 목표는 아프간이 테러조직의 활동기지로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하도록 막는데 있다. 이를 위해 테러조직을 후원하는 탈레반 정권의 군사시설을 무력화시키면서 정권 자체를 궤멸시키는 끈질긴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2-3일간의 집중 공격후 아프간의 군사력을 다시 평가한 다음 재공습을 단행하는 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군사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미국이 아프간에 가한 타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금명간 헬기편으로 특수부대를 침투시킬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대는 일단 거점을 확보한 뒤 빈 라덴의 은신 추정 지역을 공격하며 필요하면 미사일과 폭격기의 추가 지원으로 공격 예상 지점을 미리 초토화하는 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날 공격에 동원된 폭격기들이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기지에서 발진하는 등 작전 거리상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미국이 주변 국가들의 기지 사용 허가를 받으려는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공격 목표를 제한하고 `적군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적은 이슬람권이나 아랍권이 아니라 테러분자임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이번 전쟁을 `문명 충돌"로 비화시키려는 빈 라덴측의 작전을 초장부터 차단하려는 심리전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이 결사 항전을 외치고 있으나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의 화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통상적인 개념의 전쟁이 성립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특히 탈레반 정권이 게릴라전으로 맞서려 해도 과거 옛 소련군의침공을 이겨낸 무자히딘과는 달리 이번 전쟁은 종교적 성전도 아니고 당시처럼 미국의 막대한 보급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여서 의외의 단기전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슬람 최고의 종교행사인 라마단(금식월)이 다음달 16일에 시작되는데다 혹한기가 다가오고 있어 그 전까지 공습을 마무리짓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을 궤멸시키기위한 이번 보복 공격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미국이 선언한 "21세기 첫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작전은 아프간을 겨냥했지만 우리의 전선은 보다 더 넓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등지로의 확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