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 미국피랍기 충돌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인도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데 이어 미국이 19일 전투기 등을 걸프지역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이번 전쟁이 개전시기에 대한 선택만을 남겨 놓게 됐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무한 정의 작전'(Operation Infinite Justice)이란 작전명아래 본토의 전투기와 전폭기 등을 걸프지역의 기지로 이동하도록 명령, 지난주 테러발생 이후 처음으로 보복전쟁을 위한 구체적인 군사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또한 개전시 테러집단이 후속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역사상 처음으로 수도 워싱턴을 비롯, 뉴욕 등 대도시 상공에 전투기 초계비행을 실시하는 등 자국 영토에 대한 테러방어전선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앞서 협상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한다며 동시다발테러의 주모자로 지목한빈 라덴에 관한 아프간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의 협상 제의를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이 대미협력을 재차 다짐했으며 독일도 미 보복전쟁 지원을 결의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미국의 노력도 결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종전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대미항전태세를 가다듬고 있으며 아프간 반군인 북부동맹이 탈레반에 대한 협력의사를 내비치는 등 아프간의 정세도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 개전을 향한 미국의 움직임 = 국방부는 `무한 정의 작전'이란 작전명 아래본토 배치 전투기와 전폭기 등 군용기 100여대를 걸프지역 기지도 이동토록 명령,지난주 동시 테러공격 군사보복을 위한 최초의 구체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보였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대테러 작전 지원을 위해 미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이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군사적 움직임이 본격화됐음을 내비쳤다. 국방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동할 군용기에 F-16 및 F-15 전투기와 B-1B 폭격기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행선지는 쿠웨이트와 바레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NN도 빠르면 20일부터 군용기의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번 명령으로 걸프해역에 있는 항모 칼 빈슨과 엔터프라이즈가 이번 군사작전의 주요 목표인 아프간부근의 아라비아해로 이동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해군도 이날 노포크항에 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총 13척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걸프해역으로 발진시켰다. 미국은 개전을 위한 준비와 함께 개전시 예상되는 추가테러를 차단하기 위해 30개 주요 도시에 대한 방공전투망을 구축하고 화생방전에 대비한 대도시 방어경계망을 가동하는 등 전국에 비상경계태세 5단계 중 두번째로 높은 `챨리' 경계령을 발동했으며 워싱턴과 뉴욕 상공에 대한 전투기 정찰비행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탈레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가 협상 용의를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 "대통령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며 "지금은 협상이 아니라 행동할 때"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라크가 이번 테러에 모종의 역할을 담당했을 수 있다는 이라크 배후설이 급부상하고 있으나 이를 믿는 관리는 없다고 말해, 이라크도 공격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일각의 관측을 부인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보복전쟁은 이슬람을 상대로 한 종교전쟁이아니라고 말해 자신의 `크루세이드'(Crusade) 발언으로 인한 파장을 진화했다. 부시 대통령은 20일 의회에 출석, 지난주 테러의 범인과 범행이유 등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 저항의지를 다지는 탈레반 = 미국이 제시한 빈 라덴의 신병인도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아프간 이슬람 성직자들은 이날 수도 카불에서 빈 라덴의 인도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신병인도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오마르도 성직자회의 개막식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빈 라덴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그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겠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오마르는 빈 라덴이 테러를 자행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주장을 재차 하면서죄가 있다면 빈 라덴을 인도하는 대신 아프간 대법원에 세워 재판받도록 하고 이슬람회의기구(OIC)가 재판과정을 참관하도록 하겠다고 제의했다. 아프간 국민의 피난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수도 카불은 통행금지를 밤 9시30분부터 새벽 4시30분까지로 연장, 전시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는 북부연맹의 압둘라 술타니 사령관은 미국이 공격하면 탈레반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 지원입장을 번복했으나 진위 여부는 아직확인되지 않고 있다. ◆ 파키스탄의 움직임 =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TV를 통해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목표는 이슬람이나 아프간 국민을 목표로 한 것이아니라면서 파키스탄 국민의 대동단결을 호소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육군총장으로서 나의 첫번째 임무는 파키스탄을 방어하는것"이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공동체와 협력해 파키스탄이 "책임있고 당당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shin@yna.co.kr (워싱턴.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신기섭.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