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복수의 칼'을 뽑아든 미국이 머뭇거리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3일간 공격을 늦춘 이유에 대해서 '공격에 앞선 명분쌓기'와 '군사작전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육.해.공군이 총동원되는 대규모 전쟁을 시작하기에는 뚜렷한 증거 등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테러리즘을 상대로 한 군사전략을 짜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상군을 동원한 실제 전쟁이 발발하기까지는 1∼2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 공격에 앞선 명분쌓기 =이번 최후통첩은 공격에 앞서 충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사마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본인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강행한다면 명분없는 전쟁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주변국과 우방국의 도움이 필요한 미국으로서 이는 커다란 부담이다. ◇ 군사작전 위한 시간벌기 =탈레반이 빈 라덴을 인도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군사작전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상군과 전투기.항공모함 등의 전력을 완전하게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수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미군 내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이번 보복공격이 과거 걸프전 등 재래전처럼 일정한 전선이 형성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미군 지휘부는 성공적인 작전수행을 위해 공습과 특수부대 투입을 결합하고 그것을 되풀이해야 하는 등 매우 힘들고 정교한 작전을 수립해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 실제 전쟁 발발 1∼2개월 걸릴 듯 =군사전략가들은 미국이 이미 전쟁에 대한 '수읽기'를 완료했으나 지상군 투입에 의한 실제 전쟁 발발까지는 적어도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리즘에 대한 최선의 전략.전술을 확정한 뒤 파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에 지상기지를 확보, 장기전 수행을 위한 병력.병참지원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방들을 설득, 다국적군 구성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