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0년 9월 칠레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좌익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하기 위한 쿠데타 음모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CBS가 9일 보도했다. 미 국가안보문서보관소의 고위 분석가인 피터 칸블루는 이날 CBS '60 Minutes'프로그램에 출연, "중앙정보국(CIA)이 아옌데 대통령 당선 이후 칠레 주재 요원들에군부의 쿠데타를 선동하라는 전보를 보냈다"고 밝혔다. 칸블루는 또 전보는 당시 리처드 닉슨 전(前)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키신저와 CIA가 협의한 끝에 보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칸블루는 키신저가 지난 75년 상원 청문회에서 "쿠데타 주도자들과의 모든 접촉을 끊으라는 명령을 70년 10월15일 내렸다고 증언했지만 CIA는 바로 그 다음날 군사쿠데타를 선동하라는 전보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관여한 아옌데 정부 전복 음모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복음모가 진행되는 동안 칠레 군부의 정치관여를 반대하던 레네 슈나이더 장군이 70년10월22일 우익세력에 의해 살해됐다. 아옌데는 결국 지난 73년 군사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키자 대통령궁에서 자살했다. 칸블루와 함께 출연한 전 칠레주재 무관인 폴 위머트도 살해당한 슈나이더 장군을 납치해 이웃국가인 아르헨티나로 이송할 수 있도록 CIA에 무기를 전달했다고 밝혀 미국 정부가 아옌데 정부 전복 음모에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레네'라고 알려진 슈나이더의 아들은 CBS를 통해 키신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CBS는 키신저가 출연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으며 다른 언론사들도 이날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티아고 A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