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 중에서도 경제위기국에 대한 구제금융 정책의 대변화가 예상된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가 물러나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하반기 퇴임계획을 밝혔다.

피셔 부총재는 IMF내에서 대표적인 구제금융 주창자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IMF가 1천여억달러를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에 지원토록 하는데 앞장섰다.

올들어선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대한 구제자금 제공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1994년에 부총재가 된후 IMF는 7년간 8개국에 자본금(2천7백억달러)의 92%인 2천5백억달러를 구제금융으로 집행했다.

그는 퇴임계획 발표때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새 일을 하기 위한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올들어 국제금융가에는 미국이 은근히 그에게 퇴진 압력을 넣고 있다는 의혹이 나돌았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 IMF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제금융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제금융은 민간 은행들의 손실을 IMF가 대신 떠안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채무국이 부도나면 채권은행들이 손실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IMF가 구제금융을 통해 채무국의 빚을 갚아줌으로써 국제사회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조장한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생각이다.

미국 돈으로 왜 민간 은행들을 살찌우냐는 불만이기도 하다.

사실 미국은 이런 불만을 가질만 하다.

미국의 IMF 지분은 17.16%로 세계 최대다.

2위인 일본(6.16%)의 약 3배다.

2천7백억달러의 자본금중 4백60여억달러가 미국인들이 낸 세금이다.

이런 연유로 피셔의 사임발표때 미국 정부는 속으로 웃었다.

피셔가 사라지면 원하는 대로 IMF를 개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례상 IMF 부총재 자리는 미국의 몫이다.

총재는 유럽인,부총재는 미국인이라는 구도는 1946년 IMF 창설 때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호르스트 쾰러 총재는 독일인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구미에 맞는 후임 부총재를 내정해 놓고 공식발표만 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