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대선에서 앨 고어 부통령이 고배를 마신다면 그는 패인을 어디로 돌릴까.

정책의 실패를 논할까,잘난체하는 성격을 탓할까.

아니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정부에 화살을 돌릴까.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많을 선거지만 고어의 불운은 한마디로 ''디자인의 문제''에서 발단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86년 왕복우주선 챌린저호 폭발사건의 원인 중 하나가 신호전달 체계의 잘못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던 에드워드 투프테 예일대 교수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디자인)은 언제나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번에도 팜비치카운티에서 사용된 ''나비형 투표용지''의 디자인이 선거의 승패를 갈라놓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지적한다.

누군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잘못된 디자인이 유권자들의 표심(票心)과 투표결과를 다르게 연결시켰고 이게 바로 고어의 패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선거가 끝난 뒤 온라인소매업체인 아마존닷컴에서 실험삼아 나비형 투표용지와 똑같은 크기와 모습으로 사이버백화점의 안내판을 만들었다.

책을 주문하거나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투표용지와 같은 모양의 화살표 방향으로 가서 펀치를 누르듯 클릭해야 했다.

결과는 일대혼란.정상적인 정보전달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미국의 닐슨노만그룹이라는 유명 웹사이트 디자인 컨설팅업체에서 20개 소매업종 웹사이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밀조사는 간단하고 분명한 결과를 보여줬다.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제이콥 닐슨 닐슨노만그룹 사장)는 것이다.

도로표지판 등 지상세계의 각종 안내판처럼 웹의 세계에서도 편리성이 결국 승리한다는 결론이다.

미국 프로그래머와 웹디자이너들에게 교과서로 통하는 ''편리한 웹 디자인''이라는 책을 펴낸 닐슨 사장의 웹사이트(www.useit.com)나 회사사이트(www.nngroup.com)를 방문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