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금융연구원안을 공청회에 부치는 형식으로 제시된 "2단계 외환자유화 추진방안"은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여행경비 해외송금등 거주자 대외지급한도와 대외채권회수의무를 없애고 비거주자에 대한 원화표시 대출 및 채권발행 한도(현행 1억원)를 없애겠다는 것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외환거래 자유화조치는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고,또 IMF와의 약속도 있어 계속 미룰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경제여건에 걸맞지 않은 과속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거주자 대외지급한도만 해도 전면폐지해야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기본경비만도 1만달러인 해외여행경비나 증여성 송금(건당 5천달러) 해외이주비(4인가족기준 1백만달러)한도는 결코 작다고 보기도 어렵지만,이를 다소 늘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볼 문제다.

해외채권 회수의무제를 폐지하고 해외예금 신탁 채권취득한도를 없애는 것 또한 우려할 점이 없지않다.

90억달러에 달하는 거주자외화예금이 상당부분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는 내외 금리차 및 소득세율을 감안할 때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수출대금등을 해외에서 운영하려는 성향을 확대시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소지가 없지만도 않다.

특히 비거주자에 대한 원화대출한도를 확대하거나 원화자금확보를 위한 파생상품 금융거래제한을 완화하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외국인들의 원화자금조달이 용이해지면 국제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국내증시 및 외환시장 파장이 확대될 것은 당연하다.

1억원인 외국인 원화대출한도를 10억원으로 늘린다고 해서 헤지펀드등 외국 투기자본들이 태국이나 홍콩등 동남아국가에서 연출했던 환투기사례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쩌면 기우일지 모르나,기본적으로 증시등에서의 외국인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조치는 아직은 때이르다는 점에서 재고돼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2단계 자유화추진안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전면적인 외환거래자유화는 그렇게 미룰 수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국내금융기관의 경쟁력,감독당국의 외환시장등에 대한 모니터링 능력등 종합적인 운용능력과도 이어진다.

2단계 외환자유화는 당연히 추진돼야 할 성질의 것이지만,그 속도는 보수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