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 해임 및 내각해산
은 하원(국가두마)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가두마의 정치공세로 벼랑끝에 몰렸던 옐친 대통령이 반격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은 극도의 혼란상태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또 러시아의 지도력 부재로 이어져 코소보사태 등 국제 정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크렘린측은 내각해산에 대해 "프리마코프 총리가 경제 회생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해임 결정은 국가두마가 13일부터 옐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프리마코프 총리를 희생시켜 국가두마의 탄핵논의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옐친 대통령의 총리 해임이 국가두마 해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국가두마가 옐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면 탄핵안은 상원으로 회부돼
3분의 2 찬성으로 승인된다.

이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이 걸릴 수 있다.

국가두마는 옐친 대통령이 지명한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 내정자의 인준을
거부할 것이 확실시 된다.

러시아 헌법상 국가두마가 총리인준을 세차례 거부할 경우 옐친 대통령은
3개월안에 국가두마를 해산할 수 있다.

결국 옐친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안이 처리될 5개월동안에 국가두마 의원을
바꿔 정치적 재기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마코프 총리의 해임은 가뜩이나 어려운 러시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와의 밀고당기는 협상을 통해
약 45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지원금을 얻은 인물이다.

러시아 경제는 그가 취임한 이후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이날 모스크바 주식시장 주가는 개장직후 18%가 폭락한데 이어 거래가 중단
됐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스테파신 누구인가 ]

신임 러시아 총리에 지명된 세르게이 스테파쉰은 구소련 내무부 산하의
정치대학과 군사아카데미를 졸업한 현역 육군소장이다.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제1부총리에 기용된지 한달도 안돼 총리로 지명될
만큼 옐친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법학박사학위도 가지고 있는 그는 94년이후 법무장관 내무장관 등 내각의
요직을 줄곧 차지해 왔다.

최고회의 국방.안보위원장 연방첩보국(현재 보안국) 국장 등 군부내의
실세부서도 두루 거쳤다.

52년 극동 포르트 아르투르시(현재 중국의 류순) 출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