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계속 뜨는 일본기업이 있다.

일본기업중 최고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롬"이 그 회사다.

롬은 다른 일본기업과는 달리 실적평가회계를 바탕으로한 "소년 야구단"
방식의 경쟁체제를 도입해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교토에 있는 롬은 지난 3월 결산때 31.5%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연결재무
제표 기준)을 올렸다.

4년전보다 3배로 높아진 수치다.

롬이 이처럼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회계기법을 동원한
사내경쟁.

그 진두지휘는 2인자인 히카타 쥬니치 상무가 맡고 있다.

히카타 상무는 "상금벌이"라는 별명을 가진 톱 기술자이면서 회계지식 또한
프로급의 인물.

제출된 서류를 한번 보는 순간 조달비용이나 제조원가 등의 문제점을 지적
한다.

부장 과장들은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인채 식은땀을 흘리기가 일쑤다.

부서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매달 배포되는 월간랭킹표.

부서별 팀별실적을 10~20개 항목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긴뒤 사장을 비롯해
간부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한다.

연말에는 그해의 종합순위를 공표한다.

부서장은 물론 담당임원도 이 성적에 의해 평가된다.

순위에 따라 같은 직급이라도 연간보수를 수백만엔에서 최대1천만엔까지
차등지급한다.

"소년 야구리그와 같다"는 게 히카타상무의 설명이다.

성적엔 단순이 이익이나 매출만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재무지표 외에 관리지표도 동원된다.

주주자본이익률 투하자본이익률 노동분배율 투자회수율 불량재고율 등도
평가대상이다.

성적을 둘러싼 의혹이 없도록 평가자료는 완전히 공개된다.

이 리그전의 휘날레는 사장상 수여식.

플래카드를 앞세운 수상자들이 박수를 받으면서 식장에 입장한다.

고교야구 고시엔의 입장모습과 흡사하다.

최고상인 다이아몬드상에 1천만엔, 금상에 5백만엔 등이 지급된다.

97년도에는 8백명에게 4억7천만엔의 상금이 지급됐다.

부실경영에 대한 가혹한 임원문책, 보수인센티브제, 철저한 이윤추구 등
롬사경영방식을 일부에서는 이단시하고 있다.

비인간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떨어지기만 하는 일본증시에서 롬의 주가는 제조업체중 2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식 경영"을 과감하게 탈피함으로써 불황을 이겨내는 것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