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은 과연 아름다운가"

미국의 초대형 합병 붐을 놓고 일부 소비자 단체들이 "매가머저 해악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 소비자 연맹의 법률고문인 프랭크 토레스는 14일 "거대 은행의 탄생은
은행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들이 망한다면 결국 국민의 혈세로
구제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 부도사태 당시 정부가 수백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쏟아부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또다시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안길 위험이 잉태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은행들이 예금고객에게 보험등 기타 금융상품을 끈질기게 들이밀
경우 이는 서비스를 빙자한 사생활 침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소재 공익연구소의 에드먼드 미어즈윈스키 연구원도 거대 은행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형은행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의회에서도 은행합병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아렌 스펙터 상원의원은 "은행간 합병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를 유발할 합병을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원 금융위원회의 버나드 샌더스 의원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은행이
아시아에 엄청난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다고 비난하고 "은행대형화는 높은
수익을 위해서라면 리스크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투자경향을 부채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