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22일부터 12일간의 일정으로 가나, 우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세네갈 등 아프리카 6개국 공식 순방에
들어갔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카터 전대통령 이후 20여년만에 처음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땅을 밟는 셈이다.

이처럼 오랜만에 이루어진 클린턴의 이번 여정에는 대내외적으로 두가지
목적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미국내 흑인사회의 여망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여망이란 "빈곤,기아,질병"등 부정적 이미지로만 박혀 있는 미국내
대아프리카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샌디 버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미국인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아프리카인들이
미국을 다시 생각케 하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동행할 예정인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미국
흑인들이 이제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의 가족들을 돕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내 흑인사회에서는 이번 순방을 유태계의 이스라엘 지원 로비
활동과 같은 맥락에서 흑인들의 "모국돕기"운동의 성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함께 이번 순방은 21세기를 앞두고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에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클린턴의 행차에 경제계를 중심으로 무려 5백여명의 대표단이 동행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들은 순방국 정부 및 기업들과 대규모의 무역 투자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 클린턴측에서도 아프리카에 줄 "선물 보따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그중에도 지난 12일 미 하원을 통과한 "아프리카 무역법안"이 가장 큰
선물이다.

이 법안은 <>아프리카산 섬유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 <>아프리카형
APEC 창설<>아프리카 인프라개발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클린턴을 맞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클린턴의 이번 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카에 대한 서방세계의 인식이 개선돼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이 이들의 희망사항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난 96년의 경우 1백18억달러.

세계 전체적으로 이루어진 해외민간투자의 5%에 불과했다.

기회의 땅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서방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내전 등 정치적 불안이 그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클린턴의 이번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가 생각처럼 그렇게 투자하기
불안한 땅은 아니다"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게 순방국들의 바램인 것이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