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고 있는 천진화(여.36)씨.

그는 3년째 다니던 베이징 소재 A전자회사로부터 월 1백80위엔(한화
1만8천원 상당)을 받으면서 회사의 "출근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경영난을 겪던 A전자회사가 지난 94년말 전체 종업원 3천8백명중 천씨를
포함한 1천7백명에게 "집에서 쉬다가 부르면 다시 출근하라"고 통고한 뒤
부터다.

계약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정상 출근할때 급여의 15~20% 수준인 월평균
1백~1백80위엔(한화 1만~1만8천원 상당)을 생활비 지원명목으로 주는
조건이다.

다른 곳에 취업하면 이마저 중단된다.

요즘 중국 전역에서는 천씨처럼 회사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출근통지를
기다리거나 다른 직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중국언론들은 이들을 "샤강인원"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실업상태이면서도 다니던 회사와 고용관계가 유지되고 일부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이들에게 "실업"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

사회주의체제인 중국만이 갖는 독특한 고용형태인 셈이다.

중국에서 새삼스럽게 샤강인원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국유기업 개혁
및 기업현대화제도 도입과 맞물려 있기 때문.

중국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15전대)가 결정한대로 부실 국유기업에
대해 합병과 파산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샤강인원이 속출할 것이 뻔하다.

또 각 국유기업들이 잉여인력의 감축작업에 나서고 자동차 전자 등의
산업을 구조조정할때도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의 샤강인원은 전체 국유기업 취업자의 12% 수준인 1천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샤강인원이 많은 업종은 방직과 전자 기계분야이다.

샤강인원중 여성노동자가 전체의 70~80%를 점하고 절반 이상이 30~40세이다

샤강인원의 "자세"는 크게 두가지다.

사회주의 체제의 타성에 젖어 출근통지만을 마냥 기다리는 사람과 이리
뛰고 저리뛰면서 음성적으로 돈을 벌거나 다른 직장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일부 샤강인원들은 사회주의 고용관행에 젖어 월생활비로 타는 1백80위엔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이런 상태도 취업으로 만족하는 "골통형 샤강"이다.

이 유형은 전체 샤강인원의 20%선.

최근 광명일보는 "베이징에 사는 동모씨가 샤강한지 7년이 지나도록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는 월 1백80위엔의
생활비로 살아가면서 출근통지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신문은 "동모씨는 아직도 계획체제하에서 기업이 개인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는 낫지만 일부 샤강인원들은 기존회사의 일과 비슷한 직업을
찾거나 단순 서비스업종을 기웃거린다.

어려운 일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기술을 익혀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직업소개소를 찾아나서거나 취업관련 정보지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에반해 더 나은 직장을 얻기위해 직업훈련을 받거나 암암리에 돈을 버는
"음성형 샤강"도 있다.

샤강상태에서 월 1백위엔씩을 받아온 무(여.31)모씨는 회사(전자부품)에
알리지 않은채 매일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골목시장에서 식기세척제를
판매, 월 1천2백위엔(한화 12만원 상당)의 음성소득을 올리고 있다.

더욱 적극적인 노동자들은 호텔이나 공공기관의 청소부로 일하거나 음식점
종업원, 백화점 점원 등으로 취업해 회사에서 주는 생활보조비외에 월평균
4백50위엔(한화 4만5천원 상당)을 벌고 있다.

일부 국유기업 관계자들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위해 샤강제도를
도입했으나 이젠 숫자가 늘어 샤강 자체가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