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의 통화통합에 조기 참여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단일통화에는 당분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영국의 기존 입장이었으나
오는 99년1월 유로화 도입직후 단일통화에 가입할 가능성이 영국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이 조기 참여할 경우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게 확실하다.

통합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간의 갈등 해소는 물론 유럽국민들이 불만도
불식시킬 수 있어 통합과정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참여 가능성은 지난주말 파이낸셜타임스지의 보도로 불거지기 시작
했다.

이 신문은 26일 익명의 한 장관말을 인용, "노동당정부는 단일통화
도입직후 영국 참여한다는 계획을 다음달말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토니 블레어총리대변인실과 재무성관리들은 "완전한
추측기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런던금융시장 전문가들과 EU관리들은 "근거 있는 얘기"라며 영국의
참여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근거는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조기참여가 영국의 실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은 그동안 통화통합 가능성이 불확실한데다 주권문제를 이유로 참여를
유보해 왔다.

그러나 단일통화는 예정대로 추진될게 확실해진데다 비참여로 인한 불이익
이 "불을 보듯"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파운트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대륙의 금융선물시장과 주도권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잘못하면 런던의 금융시장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단일통화에 조기 참여하면 파운드화가 하락, 수출에 청신호로 작용하는데다
금융시장의 지위도 오히려 강화될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둘째로 노동당정부의 자신감이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의 권한이양 주민투표에서 노동당이 승리함으로써
토니 블레어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는 요즘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블레어총리가 "단일통화 가입이 영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경제계도 조기참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영국기업들의 최대 이익단체인 상공회의소(CBI)는 지난 7월 노동당정부에
"단일통화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한바 있다.

게다가 단일통화 도입의 가장 중요한 시점인 내년 상반기에 영국이 EU
의장국을 맡게 된다.

단일통화 가입 대상국을 선정하는 이 기간중에 영국이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유럽통화통합(EMU)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영국의 경제여건도 가입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4가지 경제수렴기준중 물가 금리 정부부채는 이미 "커트라인"을 통과한
상태.

문제는 재정적자인데 영국의 GDP(국내총생산)대비 적자규모가 올해 기준선
인 3%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영국의 현 경제상황에 비춰볼때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줄이는 것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조기참여 가능성은 아직까지 안개속에 가려져 있다.

이같은 가입 필요성에도 불구, 노동당정부가 "불참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영국은 참여쪽으로 선회살 가능성이 높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참여는 영국이나 다른 회원국 입장에서 볼때 득과 실이 반반인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에게 득이 되는 데다 대륙의 회원국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