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인텔의 주가가 갑자기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벌써 10%나 떨어졌다.

든든한 경영성적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주가는 요즘의 인텔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6년간 마이크로프로세서(CPU)시장을 독점해온 인텔.

그 단단한 아성을 AMD 사이릭스 등 경쟁업체들이 넘보고 있다.

무기는 인텔에 필적하는 기술력과 낮은 제품가격이다.

자칫하다간 시장의 상당부분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인텔의 독주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칩(chip)들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관전포인트는 <>기술수준 <>제품성능 <>제품가격 <>실수요자의 반응 등
네가지다.

먼저 기술수준.

인텔은 지금까지 타사보다 훨씬 앞서 신제품을 발표해왔다.

386급이 5년정도 앞선 것을 비롯 486급 2년, 펜티엄급 1년 등이다.

하지만 올들어 발표된 686급에서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신제품 발표순서는 AMD(K6) 4월, 인텔(펜티엄II) 5월, 사이릭스(M2) 6월
등이다.

한달 간격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특힌 AMD는 인텔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을 발표했다.

신제품개발에서 인텔이 뒤진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2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이는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제품성능을 높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AMD의 제리 샌더스 회장은 "정수계산능력 처리속도 등에서 K6이 펜티엄MMX
등 인텔제품보다 앞선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사장은 "처리속도나 정수계산능력면에서
AMD 사이릭스 등 후발업체들이 많이 뒤쫓아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멀티미디어기능 호환성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질을 따져야 한다.

이 경우 인텔제품이 단연 우수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컴퓨터 성능비교업체인 지피데이비스사는 필드테스트
결과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가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AMD의 가격전략은 인텔보다 무조건 25%정도 낮게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MD의 K6-2백MHz칩은 현재 1백90달러선.

동급인 인텔사의 펜티엄MMX-2백MHz의 경우 2백50달러정도다.

후발주자인 만큼 저가정책을 통해 눈길을 끌겠다는 것.

사이릭스 역시 가격파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대응, 인텔도 7월말 펜티엄III-3백MHz제품 가격을 57%나 내리는 등
가격인하로 맞서고 있다.

매분기마다 칩가격을 정기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인텔이지만 과거 인하폭이
20%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조치이다.

축성과 수성을 위한 "칩들의 전쟁"은 흥미와 함께 가격인하라는 큰 선물을
소비자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수요자인 PC메이커들의 반응도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주요 메이커들은 호환성 기술수준 등의 이유를 들어 인텔제품을
선호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IBM이 일부 PC에 AMD와 사이릭스의 칩을 사용키로 하는 등
탈인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인텔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는 보지않고
있다.

하지만 인텔이 마음대로 주무르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이제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갔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이같은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85%이상인 인텔의 시장점유율이 2000년에는 75%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