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대한항공 괌추락 사건 직후 중국이 보잉기 30대를 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제임스 홀의장도 "서울에 파견되는 조사팀은
대한항공이 급작스럽게 괌취항 여객기를 에어버스에서 보잉으로 바꾼 이유,
그리고 조종사의 경력등을 중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한마디로 이번 대한항공의 사고가 보잉기의 결함과는 관계없음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럽언론의 태도는 다소 다르다.

프랑스언론등은 사건직후 사실보도와 함께 사고 가능성으로 기상악화와
착륙시스템의 이상등을 들었다.

보잉기의 기능에 문제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지적들이다.

유럽의 이런 태도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보잉이 맥도널더글러스를 합병, 이달부터 세계 항공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공룡으로 도약한데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유럽 항공업계간 컨소시엄인 에어버스가 항공수주 전쟁에서 미국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금 보잉의 세확대는 에어버스의 입지를 보다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깔고 있다.

보잉의 합병에 유럽연합(EU)이 줄기차게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추락사건이 보잉-더글러스간 합병이후 첫 보잉기의
대형참사란 점을 유럽업계는 세만회의 호기로 보고 있다.

이를 잘활용 보잉기를 흠집내는데 성공한다면 현재의 열세를 상당분
만화할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항공수주전쟁은 단순히 업체간의 경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할수 없다.

대형 여객기 한대가 1억달러를 홋가한다는 경제적효과를 감안할때 비행기
수출은 곧 국익에 직결된다.

선진국과 후진국간 정상회담시 오가는 대형 거래의 단골메뉴에 여객기판매가
포함되는게 이를 말해준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클린턴대통령의 주요임무중 하나도
중국과 보잉사간 여객기 매매계약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측은 겉으로는 대립의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조사결과를 지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추락의 원인이 보잉기와 관련된 하자가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미국과 유럽 항공업계는 물론 정부간 대립의 불씨를 제공하게
될게 뻔하다.

이번 사고는 미국과 유럽항공업계간 세싸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 김영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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