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디어업계의 두 거물은 루퍼트 머독과 테드 터너.

"식인상어"(머독)와 "난폭한 선장"(터너)이란 두사람의 별명에서도 알
수있듯 경쟁회사를 먹어치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업스타일의 소유자들이다.

머독은 85년 20세기폭스사를 인수, 미국공략에 나선 이래 급속도로
시장을 넓혀왔다.

머독은 또 20여개 방송국으로 구성된 20세기폭스TV를 통해 미국가정의
40%정도를 시청대상으로 끌어넣었다.

이에 비해 터너는 미국 터너방송사(TBS)회장이었으나 95년 타임워너(TW)에
인수합병되면서 TW의 부회장에 취임한 인물.부회장으로 TW의 상당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뉴스전문케이블방송인 CNN에 대해서도 여전히 경영권을
갖고 있다.

두 사람간의 싸움은 지난해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에서 CNN과 같은
24시간 뉴스전문케이블방송 FNC를 개국한 것이 계기가 됐다.

CNN의 입장에서는 안그래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 상황에서 머독이란
강력한 주자가 다시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터너는 컴퓨터업체인 MS보다도 머독의 시장진입을 훨씬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케이블방송프로그램의 송출회사(SO)로 미국내 2위인 타임워너
(타임워너그룹의 계열사)에서 머독의 뉴스송출을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이에 머독은 터너를 독점금지법위반혐의로 제소하게 됐다.

수세에 몰린 터너는 "머독과 대화하는 것은 죽은 히틀러와 대화하는 것과
같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머독과 터너간에 송사가 붙었지만 사실 두 사람은 관심영역이 다르다.

머독은 위성방송에, 터너는 케이블TV쪽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성방송이든 케이블방송이든 시청자는 오로지 TV시청자일 뿐.

머독은 공중전으로, 터너는 지상전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