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방크 보유 금 자산을 재평가를 하려는 독일정부와 이에 정면 반대
하는 분데스방크의 대결 사태는 99년 출범 예정인 유럽통화통합(EMU) 계획
에도 큰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일통화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정부조차 "97년 재정적자 국내총생산
(GDP)의 3%이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버겁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정부는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가치를 시가대로 재평가할 경우
4백억마르크(2백36억달러)의 초과이득이 발생, 이를 국고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에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이다.

독일의 재정적자는 현재 GDP의 3.5% 수준.

전문가들은 독일정부의 계획이 좌절돼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줄이지
못할 경우 EMU 출범자체를 미루거나 기준을 완화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일을 빼놓고는 통화통합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분데스방크는 지금 당장 금 재평가를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분데스방크측은 금 자산을 재평가하더라도 이를 금년에 재정적자를
메우는데 쓸수 없다는 것.

이유는 연방은행의 연례회계정리에 이미 금자산이 평가돼 수익으로 잡혔기
때문에 올해 다시 재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재평가를 강행할 경우 결국 마르크화는 물론 앞으로
출범할 단일통화의 안정성과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분데스방크측
의 분석이다.

야당인 사민당(SPD)은 분데스방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조하면서 평지풍파
를 일으킨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의 사임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강제로 금 재평가를 강행할 경우 독립성으로 유명한 분데스방크의
국제적 명성이 크게 저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다른 나라들도 독일정부의 이번 조치를 오로지 단일통화제
의 차질없는 시행만 염두에 둔 미봉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바이겔 재무장관은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한 중앙은행 보유 금의
자산 재평가는 적법하고 국제관행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금년에
금 자산 재평가를 결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