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 = 김영규 특파원 ]

"레이거노믹스"의 유럽상륙.

유럽정부들이 최근들어 전후 최악의 실업난및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10여년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이 처방전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나서 주목된다.

당시의 미국과 비슷한 입장에 처한 유럽으로서는 "법인세및 소득세를
인하, 설비투자및 개인소비를 부추기면 경기가 되살아나고 이로인해
장기적으로 일자리및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는 공급중시 경제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특히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는 비난에도 불구, 고액소득층의 소득세를 대폭
경감하는 정책도 서슴지않고 펴고있다.

전통적으로 부자들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모은 재원으로 복지사회를
꾸려온 유럽으로서는 분명 이례적인 조치인 셈이다.

독일이 그 대표적인 국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임금 과도한 세금등 열악한 고용조건에 시달려온
독일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대량해고와 함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있다.

그결과 지난달 실업률이 12.2%까지 치솟았다.

노동시장상황이 2차대전 이전인 히틀러정권 시대로 뒷걸음질 친것이다.

독일정부는 금년초 그 해결책으로 세금인하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실질임금 동결, 고용조건 완화등 정부의 각종 조치에도 실업난이 오히려
악화된데 대한 비상조치인 것이다.

독일정부는 현재 45% 수준인 법인세를 전후 최저인 35%로 끌어내려 인근
네덜란드나 스페인과 맞출 방침이다.

독일 지멘스가 경쟁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와 경쟁, 살아남기 위해서는
임금 세금등 각종 고용조건을 그 수준으로 개선해야만 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소득세도 최고세율은 장기적으로 현행 53%에서 39%로 14%포인트 대폭
경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세율도 25.9%에서 15%로 인하한다.

물론 기업부담을 줄여 신규투자를 유도하고 소비를 부추겨 경기회복과
이로인한 고용증대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직접세 인하에 따른 세수부족은 부가가치세등 간접세를 올려 직접세와
간접세간 비율을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또 과거의 미국처럼 경기가 회복되면 그만큼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총선을 앞둔 영국도 세금인하 논쟁이 한창이다.

유럽국가중 처음으로 지난 80년대 후반 레이거노믹스를 도입, 법인세율
33% 최저 소득세율을 20%선까지 끌어내린 영국은 또 한차례 세금을 인하,
유럽에서 가장 투자여건이 좋은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업체를 육성하는 방안으로 이에대한 법인세율을 24%로 내린데
이어 금년 4월 또다시 1%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저소득층의 직접세율을 10%에서 20%로 인상한 대신
부축적의 핵심계층인 고소득층의 세율을 51%에서 46%로 인하했다.

"부유층의 세금경감은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이론"을 적용한 것이다.

벨기에도 한때 70%를 넘어선 최고세율을 60%이하로 내렸으며 프랑스등
여타국가들도 직접세의 인하를 적극 검토중에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작업이 이런 움직임을 한층 부추기는
양상이다.

EU는 경제통합의 일환으로 회원국간 세제통일을 유도하고 있으며 결국
각종 세금부담이 가장 적은 영국을 기준으로 직접세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 80년대 50%를 훨씬 상회하던 유럽의 법인세율은 이제
30%선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소득세도 최대세율이 50%를 넘지않는게 일반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직접세인하를 중심으로한 세제개편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않다.

세수확보를 위해 휘발유 담배 주류등 상품에 대한 간접세가 오르는데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인하는 국민적 반발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고소득층의 세금인하에 반대, 좌익정당의
주도로 중산층이 대규모 시위를 펼쳐 집권당이 곤욕을 치렀다.

독일도 현재 야당인 사민당과 노조가 세제개혁에 반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민당측은 고소득층의 세율을 대폭 인하,이를 국민들에게 전가하는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고소득층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잔업수당축소 사회보장비 감축등
근로자층에 그 부담이 돌아가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여야간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세제개편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유럽은 이제 산업경쟁력의 강화를 통해 실업난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직접세를 내리는 경쟁에 돌입했다.

애덤 스미스가 2백여년전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과도한 세금은 오히려
세수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 이론을 실천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