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이 또 다시 국제금융사고를 일으켜 이미 금이 갈대로 간 일본업계
의 신뢰성에 큰 구멍이 생기고 있다.

최근 1년사이에 잇달아 터진 다이와은행과 스미토모상사의 금융사고에 이어
이번에는 다이와증권이 미국에서 영업순익을 조작한 혐의로 미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더구나 다이와증권은 미국채거래로 인한 손실을 은폐, 미국으로부터 영업
정지조치를 당한 다이와은행의 계열사여서 더욱 주목을 끈다.

다이와증권을 일본의 또 다른 금융사고업체로 만든 장본인은 다이와증권
미현지법인 부사장.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는 지난 88년부터 91년까지 3년여간 주식과
채권거래 차익을 조작, 실제로는 이익이 거의 없었는데도 엄청난 이익을
올린 것처럼 장부를 허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이와증권의 로스앤젤레스지점의 영업실적이 신통치 않자 회사의
주요 고객인 캐피탈리서치사와 B.B&K사등 미국기관투자가들과의 주식및
채권거래내역을 조작, 수천만달러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회사장부를 조작
했다.

이같은 사실은 다이와증권미현지법인이 최근 자체 내부감사에서 이를 적발,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통보함으로써 세상에 공개됐다.

SEC는 이 사실을 통보받은 즉시 조사에 착수, 부정거래내역을 정밀 추적중
이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이익조작액수와 방법이 파악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사건전말이 드러날 것이라고 SEC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SEC관계자들은 또 다이와증권의 로스앤젤레스지점이 지난 88년 이전에도
이같은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언급, 사건전모가 드러나면 이익
조작액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로스앤젤레스지점은 누적된 영업손실로 지난 95년 8월 본사의
지점폐쇄결정으로 지금은 완전히 문을 닫고 현지에서 철수했다.

로스앤젤레스지점의 장부조작사건 말고도 다이와증권미현지법인은 지난
87년이후 SEC등 다른 금융감독기관들로부터 총 8번에 걸쳐 부정거래혐의로
조사를 받았었다.

이때문에 다이와증권의 부정행위가 미국내 일부 지점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지점들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외이미지 손상이
엄청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가에서는 다이와은행에 이어 증권까지 부정행위를 저지르자 "다시
보자, 일본금융기관"이라는 말들이 떠돌고 있을 정도로 일본금융업체들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키고 있는
다이와증권의 부정행위는 최고 경영층에 의해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더
충격적이다.

앞서 다이와은행과 스미토모상사의 금융사고는 모두 부장급의 중간관리층의
범행이었다.

다이와증권의 금융사고는 지난 1년사이에 일본기업들이 저지른 대형사고중
벌써 세번째이다.

작년 9월에는 다이와은행이 미국채거래에 입은 11억달러의 손실을 10여년간
은폐해 오다 적발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올 6월에는 스미토모상사가 18억달러에 이르는 동거래손실액을 숨겨
오다 발각돼 국제구리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져 주고 있다.

스미토모상사의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이와증권까지 부정거래행위를
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일본업계는 "일본기업들이 왜 이러나"라는 자조섞인
한탄으로 물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