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교역의 핵은 어디가 될 것인가.

미-일-독의 삼두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진 않지만 중국과
일본이 21세기 세계경제및 교역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주대외문제및 무역부는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서 앞으로 일.중의 쌍무
교역액이 급증, 양국이 세계무역에서 "두개의 노른자위(Double-yolk=쌍알)"
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과 중국간의 쌍무교역액은 현재 세계총교역액의 1.7%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20년후인 2015년께엔 일.중교역액 비중이 8%로 증가, 세계최대
쌍무교역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세계교역액의 4.3%를 차지한 미.일간의 교역규모를
크게 능가한다.

또 20년후에는 일본과 중국의 무역액이 세계전체의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두 나라의 교역액을 모두 합치면 약 1조6백억달러(95년기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쯤이다.

지금 세계최대 쌍무교역은 미국과 캐나다간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양국간 교역액은 약 3천억달러에 달했다.

뒤를 이어 미국-일본 독일-프랑스순으로 2국간 교역규모가 크다.

일본과 중국간의 쌍무교역액은 4번째로 많다.

95년중 일본의 대중수출액은 2백19억달러, 대중수입액(중국의 대일수출액)
은 3백59억달러였다.

이에따라 양국간 교역액은 5백78억달러로 94년에 비해 25% 증가했다.

양국이 국교정상화에 합의한 지난 72년의 쌍무교역액은 11억달러에 불과
했다.

20여년만에 50배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쌍무교역 증가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파진다는게 호주무역부의
관측이다.

아.태지역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보유한 일본과 이지역 최대시장으로
부상중인 중국간의 교역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급증할수 밖에 없다는 이유
에서다.

21세기의 세계교역지도에서 "두개의 노른자위"가 될 일본과 중국.

그에따른 파급효과와 영향도 상당하다.

우선 두나라간의 교역비중이 커짐으로써 일.중무역협정이 국제무역협정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은 미.일무역협정이 국제무역협정의 기초가 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21세기에는 중.일쌍무협정이 다자간협정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통상마찰의 중심무대 변화도 일.중무역의 쌍란효과이다.

지금은 국제통상분쟁이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일간의 통상분쟁이 가장 격하고 그 다음으로 미.중간의 무역마찰이
심하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일본과 중국간의 통상마찰이 국제통상분쟁의 핵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산업에 치중해 있는 중국이 점차 자본및 기술집약산업으로
나아감에 따라 일본과 지적재산권분야에서 충돌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웃주변국의 수출확대여건이 좋아진다는 점도 빼놓을수 없는 영향이다.

일.중의 무역급증으로 두나라 경제는 각각 고도의 전문화와 높은 경제성장
을 누릴수 있게 된다.

그에따라 주변에 있는 나라들도 중국및 일본과의 교역확대라는 열매를
딸수 있다는 분석이다.

90년대의 국제교역은 미-독-일등 3국을 축으로 한 3두체제이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무역체제가 일본과 중국을 축으로 한 "쌍란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각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