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삭(MON SAC)"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 가방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와(협화)의 잘나가는 체인점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산 수입가방에 밀려 고전을 겪고 있는 일본의 여타
업체들과는 달리 교와가 매출과 수익 모두 두자리수 성장을 지속하는데도
"몬삭"은 단단한 몫을 해내고 있다.

중소 영세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일본 가방업계에는 독자브랜드를
가지고 체인점을 운영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메이커로부터 제품을 사들여 소매점으로 파는 가방도매상이 갖는
파워는 엄청날수 밖에 없다.

도매업자들은 해외 유명브랜드등의 사용권을 취득한뒤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며 독자적으로 상품을 기획,가방메이커에 발주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메이커는 이들의 하청업자에 지나지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방메이커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도매상의 횡포에서 벗어나기위해
교와가 독자노선을 선언한 것은 지난 83년.기존 도매상과 가방전문점의
반발이 거셌다.

메이커위에 군림하던 도매상의 노여움을 사면서 직영점을 개설하는 것은
업계에서 고립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지만 교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고집스레 점포수를 늘려간 교와는 현재 사내에서 기획.디자인한 전제품
가운데 70%는 67개의 직영점, 나머지는 소매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메이커가 유통업자에게 큰소리칠 수 있기 위해서는 잘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최대관건"이라고 생각한 교와는 소비자기호에 딱 맞는
상품개발에 주력했다.

소비자에게 앙케트를 실시, "국민학교 1학년이 메기에는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반응을 얻어낸 교와는 학생용 가방의 장식을 줄이고 당시 주류를
이뤘던 소가죽소재대신 합성피혁을 사용했다.

이음매를 최소화하고 금속장식은 될수있는 한 플라스틱으로 교체, 730g의
학생용가방을 내놓았다.

반응은 좋았고 현재는 연 매출 2만개로 교와의 대표품목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교와가 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지목받게 된 것은 지난 90년. 3만~4만엔대
가방이 주류를 이뤘던 당시 1만엔대의 파격적인 가방을 내놓아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10만엔이면 해외여행을 할수 있는 시대에 3만엔이 넘는 여행가방이란
난센스"라고 생각한 교와는 한국과 대만에 직영공장을 세우고 완성품을
수입, 제조원가를 줄여나갔다.

도매상을 거치지 않은 직영점 운영으로 유통비용도 대폭 줄일수 있었다.

버블경제의 절정기에 "가격파괴"를 선도한 셈이다.

매출은 순조로웠고 이 여행가방은 현재 교와의 총매출가운데 40%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지난해 10월 업계 처음으로 재생가능한 여행용가방을 선보이는 등 상품력
강화로 "메이커로서의 독립지위"를 굳힌 교와는 직영점 확대에 따른 유통로
확보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올해 체인점 몬삭의 수를 10개이상 확대할 예정인 교와는 도매상을
통하지않는 제품을 현재의 70%수준에서 앞으로 90%이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입사이래 줄곧 거의 모든제품의 기획및 디자인에 동참해온 와카마쓰
히데오전무는 최근 파리에 직영점을 내고 교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교와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세워 "히데오 와카마쓰"라는 브랜드로
가방을 판매하기시작한 것.

"우선 해외에서 "와카마쓰"의 지명도를 높여 일본에 역수입하는 형태로
브랜드를 확장해간다"는 전략을 내건 교와는 다시한번 "무서운 아이"로
업계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 김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