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팩커드 벨이 달음박질하고 있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별볼일 없는 컴퓨터업체로 인식되던 팩커드 벨이 미국내
컴퓨터시장 점유율을 대폭 늘리며 무서운 아이로 주목받고 있다.

팩커드 벨은 현회장인 베니 알라겜(42)이란 이스라엘 태생의 가전부품
유통업자에 의해 지난 86년 설립됐다.

알라겜 회장은 당시 "컴퓨터는 또하나의 가전제품이 될 것"이란 확신아래
텔레다인사로부터 팩커드 벨이란 상호를 사들여 컴퓨터시장에 뛰어들었다.

팩커드 벨은 저가격 정책으로 시장침투를 꾀했다.

"마그나복스" "에버렉스" "리딩에지"란 다소 생소한 브랜드로 PC전문점이
아닌 대중양판점 유통망을 뚫기 시작했다.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91년까지만 해도 10억달러를 밑돌았다.

매출증가율은 93년까지 평행선을 그렸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비약적인 신장세를 거듭했다.

매출이 무려 3배나 증가, 94년에는 30억달러에 달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2배가량 늘어난 55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컴퓨터업계의 공룡 IBM을 제치고 컴팩에 이어 두번째로 컴퓨터를
많이 판매한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해 4.4분기와 올 1.4분기 실적을 보면 더욱 화려하다.

2분기 연속 가장 많은 대수의 컴퓨터를 판매한 업체가 된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전국적인 광고를 한번도 하지 않은 업체치고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팩커드 벨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및 기업을 목표고객으로한 마케팅전략을 수립, 컴퓨터업계
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굳힌다는 생각이다.

팩커드 벨은 이미 지난해 가을 프랑스 현지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지난달에는 브라질 현지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초 싱가포르에 아시아지역 대표사무소를 개설하고 신규공장부지도
물색중이다.

현재 총매출액중 10%선에 머물고 있는 해외매출비중을 크게 높여 IBM 컴팩
등과 같이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팩커드 벨은 또 기업고객을 대상으로한 판촉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팩커드 벨은 이를 위해 지난해 컴팩으로부터 이사급 임원을 스카우트해
새 사업부를 조직했다.

올 여름에는 "팩커드 벨 이그제큐티브"란 브랜드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한
랩톱컴퓨터와 네트워크 서버기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팩커드 벨은 또 PC전문점을 통한 판매확대를 위해 2개의 전문체인점과
계약을 맺었다.

전문체인점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IBM 컴팩등의 제품에 비해 싸구려라는
인식을 불식시킨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팩커드 벨은 그러나 저가판매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다.

남다른 비결을 갖고 있다.

우선 유통업자들이 팩커드 벨을 판매할수록 더많은 이윤을 챙길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유통업자들의 자율적인 지역광고활동을 위해 매출액의 6%를 떼어주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3배나 많은 수준이다.

애프터서비스 정신도 철저하다.

반품된 PC는 모든 부품을 새것으로 갈아 신제품으로 만든 뒤 되돌려 보내고
있다.

신기술 접목에도 경쟁업체보다 한걸음 앞서고 있다.

팩커드 벨의 제품은 포장을 풀어 전원만 연결하면 작동시킬수 있도록 모든
프로그램을 내장해 편의성을 높였다.

인텔 펜티엄칩은 물론 서라운드시스템, 이중 CD-ROM드라이브도 가장 빨리
채택했다.

팩커드 벨은 그러나 고객의 대부분인 컴퓨터초보자를 위한 기술지원센터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올해중 새크라멘토공장에 두번째 기술지원센터를 설립, 고객들과의
유대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고정고객층을 더욱 두텁게 한다는 구상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