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업계에 "전문화"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던 보수적인 은행업계가 은행별 "특기"를
개발, 이를 무기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개성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것.

이같은 변화는 "전자뱅킹"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등 소프트웨어
업체들까지 컴퓨터 온라인을 통한 금융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본격화하는등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영네트웨스트은행은 "중소기업은행"으로 특화, 주로 첨단산업및 창업투자
중소기업을 회사설립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돌봐주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거래은행 "2위"의 자리를 수년내에 1위로 끌어올린다는
방침.

미웰스 파고은행은 "슈퍼마켓 은행"을 겨냥하고 있다.

슈퍼마켓의 계산대 옆에 한평 정도의 "초미니점포"를 신설, 바쁜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

지점보다 운영비는 훨씬 적게 드는 반면 수익성은 더 높아 아예 슈퍼마켓
뱅킹에 주력하기로 했다.

미퍼스트은행이 "특기"로 개발한 상품은 자동응답전화를 이용한 대출
시스템.

전산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얻어낸 이 첨단장치는 5년전만해도 파산
일보직전이었던 은행을 회생시킨 은인이다.

자동응답전화 서비스로 고객의 요구부터 신용도까지 확인,대출 위험을
최소로 줄이게끔 개발된 이 시스템의 사용비용은 5천달러 대출당 7.3달러.

같은 금액의 대출을 직원이 처리할 경우 41달러가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막대한 경비절감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자산수익률 1.6%에 달하는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은행중
하나로 부상한 퍼스트은행은 아예 "전화대출은행"으로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영미들랜드은행은 몇년전 "퍼스트다이렉트"라는 자회사를 설립, 지점을
아예 내지 않고 전화등의 통신수단만으로 은행영업을 하는 "통신전문은행"
으로 특화했다.

퍼스트다이렉트는 전화를 통한 거래및 상담이 하루 평균 1만9천건을 웃돌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통신전문은행인 독쿠엘 뱅크 역시 설립한지 얼마 안됐음에도 불구,
20만명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불파리바은행도지난해 9월 이 제도를 도입하는등 통신영업은행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

미베이은행은 "카탈로그 뱅킹"이라는 신전략을 통해 짭잘한 수익을 올리고
경우.

베이은행은 카탈로그를 각 가정및 기업에 배포, 우편이나 수신자부담
전화.팩스로 대출및 예금상품의 구입신청을 받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입
했다.

백화점 판매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53페이지짜리 카탈로그에는
160가지의 갖가지 상품이 예쁘게 단장돼 있다.

이은행이 "카탈로그 뱅킹"에서 얻는 수익은 30개 지점의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이같은 폭발적인 성공에 힘입어 특정고객을 겨냥한 카탈로그제작등 이
부문을 확대할 계획.

이같은 전문화의 일환으로 비주력부문은 미련없이 떨궈버리는등
다운사이징에열을 올리는 은행도 줄을 잇고 있다.

US은행은 신용도조사 자회사를 비롯한 3개 부문을 정리했으며 케미컬은행도
손실만 내오던 뉴저지 지점망을 5억달러에 팔아 버렸다.

퍼스트유니온은행은 지난 수년간 4백42개의 비효율적인 지점을 과감하게
폐쇄, 예금은 60%, 대출은 1백%이상 증가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팽창일변도였던 수년전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것.

이같은 전문화바람및 다운사이징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 은행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불특정 다수의 돈을 맡고 있다는 특성때문에 일반 기업같은 과감한 변신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결국 남의 돈을 관리한다는 책임과 생존을 위한 본능을 어떻게 조화
시키느냐가 "성공은행"이 되기 위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