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엔고대책 여당안에는 각국의 관심을 끌었던 "무역흑자 감축 수치목표
설정" 조치는 빠지고 말았다.

다른 조치들은 종래 사용했거나 효력의 의문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다.

이날 오후 엔고긴급대책 연립여당안 골격이 알려지면서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사흘째 83엔대에서 보합세를 보이던 달러가 한때 82엔대로 떨어졌다.

긴급엔고대책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잠시나마 실망매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립여당안이 소문보다 약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는 이날 아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하야시 요시로 전대장상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할바엔 내버려
두는게 낫다"고 발언, 3당 협상이 쉽지 않음을 암시했다.

가장 강력한 엔고대책으로 기대됐던 무역흑자 삭감 목표설정 방안은 연립
여당내에서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자민당이 이 방안을 제안한 이후 정부 각료들과 연립여당내에서
끊임없이 "매우 곤란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사실상 무산되고 만
것이다.

일본은행에 재할인금리 인하를 촉구하자는 제안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막판에 여당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14일 발표할 정부의 긴급엔고대책에도 포함될지는 의문이며 대책에
포함되더라도 재할인금리를 인하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은행이 판단할
일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오전 도쿄외환시장에는 공영방송 NHK가 "일본은행이 현재 1.75%인
재할인율을 1% 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NHK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0.75% 포인트 가량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립여당의 엔고대책들은 대부분 귀에 익은 것들이다.

중소기업 저리융자라든지 엔고 차익 소비자 환원, 추경예산 편성 등은
예전에도 사용됐다.

또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협조개입은 실현성과 효과가 의문스럽다.

기대할만한 조치로는 3월말 확정된 규제완화 5개년계획을 2년 앞당겨 실시
하고 정부의 해외자재 조달을 늘린다는 내용을 꼽을만하다.

그러나 외환.증권시장에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엔화의 향방은 일본은행이 재할인율 인하를 단행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긴급엔고대책이 발표된 이후 일주일내에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본은행이 다시 투자자들을
실망시킨다면 엔화가 75엔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물론 긴급엔고대책과 재할인율 인하가 맞물려 상승효과를 발휘하면 엔화
급등세는 꺽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