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할것인가.

이는 당사자인 미기업들뿐만 아니라 베트남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외국업체들에도 커다란 관심거리다.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무역금지조치(엠바고)가 풀리면 미국기업들의
베트남진출이 완전 자유화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베트남에 진출,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기업들은 미국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베트남에 나가있거나 나가려는 한국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베트남시장에 미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때문에 모든 나라들이 미국의 대베트남경제제재 해재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거두어들일 것이라는 징후
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문제에 정통한 미정부소식통은 13일 클린턴대통령이 오는 5월말께
경제제재를 완전히 풀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소식통은 미의회가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 승인절차를 끝내고 이어 오는 4월 협정이 공식
조인된후 백악관이 베트남제재를 해제할것이라고 말했다. 해제를 발표하는
시점은 재향군인의 날인 오는 5월30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정부소식통의 이같은 발언외에도 미국이 머잖아 베트남경제제재를
풀것이라는 조짐들은 올들어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베트남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10여명의 미상원의원들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재해제를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밝힌바있다. 이들은
클린턴이 자신들의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해 이미 이문제와
관련,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언질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경제제재해재가 멀지 않았다는 보다 확실한 조짐은 법무부로부터 나왔다.
연초 법무부는 의회의 베트남전쟁 실종미군(MIA)조사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실종자문제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이상
이문제를 정부차원에서 왈가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2천2백39명에 이르는 미군실종자 처리문제는 양국의 관계개선을 가로
막아온 최대걸림돌이었다. 이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제재를
풀수없다는게 미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재향군인회도 MIA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됐다고 보고있다. 현재 재향군인회는 대베트남관계개선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클린턴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할수 있는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

미대기업들은 정부가 빨리 경제제재를 풀지않으면 베트남시장을 일본
유럽등 외국업체들에 모두 빼앗기게 될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주장은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클린턴대통령에게
정통으로 먹혀들고있다.

클린턴대통령은 기업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지난 1년동안 미국기업들이
제한적으로나마 베트남과 교역할수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지난해 국제금융기구의 대베트남융자를 허용한것이 대표적인 조치였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등 국제금융기구들의 정책결정권을
사실상 갖고있다. 이때문에 미국이 반대하면 국제금융기구들이 베트남에
원조나 차관을 줄수없다. 국제금융기구의 베트남융자허용은 미국이
간접적으로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클린턴정부는 이와함께 국제기구에서 자금을 조달한 베트남의 개발사업에
미기업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인도적 차원의 물품에 한해
미기업들과 베트남간의 교역을 허가해 주었다.
미국측에서 제재완화조치가 잇달아 나오자 베트남정부도 미국기업들에게
현지사무소설립을 허용하는등 관계개선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고있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엑슨 IBM 뱅크어메리카(BOA)등 수십개의 미기업들
에게 대표사무소설립을 승인했다.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있는 미기업들은 베트남경제제재가 해제될
날에 대비, 현지시장조사와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클린턴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베트남간의 관계개선무드가 무르익어
감에 따라 지난 75년 베트남전쟁종료직후 취해진 대베트남경제제재조치는
올해안에 해제될 것이 확실하다고 관련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