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PGA 투어 제공
사진=LPGA 투어 제공
전 세계랭킹 1위 박성현(29)의 지난 겨울은 유독 길었다. 어깨 부상 회복 뒤 복귀했던 2021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하고 맞은 겨울이었다. 치열한 체력훈련과 전지훈련으로 겨울을 보냈지만 봄은 좀처럼 오지 않는듯 했다. 올 시즌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개 대회에서 3개 대회에서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나머지 두개 대회에서도 63위, 공동 68위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13일(한국시간), 박성현의 2022 시즌에 본격적인 봄이 시작됐다. 박성현은 이날 미국 뉴저지 클리프턴 어퍼 몽클레어CC(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에서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그의 이번 시즌 두번째 언더파 경기다. 선두 마들렌 삭스트롬(스웨덴·9언더파63타)에 5타 뒤진 공동 14위로 1라운드를 마쳐 올 시즌 첫 톱10을 노리고 있다.

박성현은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이었다. 2016년 KLPGA투어에서 시즌 7승을 거둔 뒤 미국에 진출했다. 이듬해 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제패했고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를 싹쓸이했다. 신인으로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대기록도 세웠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폭발적인 장타를 날리는 호쾌한 스윙과 '닥공 플레이'는 그의 시그니처였다.

LPGA 통산 7승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를 왼쪽 어깨 부상이 덮친 것은 3년 전이다. 재활을 위해 4개월 가량 경기를 전면 중단했다. 부상은 완전히 떨쳐냈지만 후유증이 만만찮았다. 그간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면서 근력이 떨어진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전처럼 호쾌한 장타를 치지 못했고, 자신감이 떨어지자 숏게임도 풀리지 않았다.

움츠러든 자신감은 필드에서 그의 몸을 더 굳게 만들었다. 연습때 잘되던 스윙이 필드에서 꼬이기 일쑤였다. 세계랭킹이 264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박성현은 지난 겨울 승부수를 던졌다. 코치의 도움없이 혼자서 샷을 다듬던 그였지만, 조민준 코치팀에 합류해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새벽부터 체력훈련으로 근력을 끌어올렸고, 훈련을 함께한 프로들과 라운드에 나서며 필드 감각을 찾으려 노력했다. 박성현 측 관계자는 "박성현은 자신의 스윙에 대한 기준이 높고 스스로 길을 찾으려고 하는 선수"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티칭에 대해 이전보다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 혼자서 다 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층 유연해졌다"고 귀띔했다.

동계훈련의 효과는 이번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이날 박성현은 특유의 장타에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전성기 시절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드라이버샷은 평균 267야드를 날렸고, 단 한 개 홀만 그린을 놓쳐 그린적중률 94.4%를 기록했다.

특히 숏게임이 빛을 발했다. 박성현은 지난 겨울 어프로치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한다. 자신감을 잃으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있었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성현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린 주변에서 날카로운 샷감으로 공을 홀 옆으로 붙이며 여러차례 버디찬스를 만들어냈고 안정적인 퍼트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박성현은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지금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차근차근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즌들어 잘 안되고 있지만 오늘 결과가 굉장한 자신감을 줄 것 같다. 남은 3라운드에서도 오늘 감을 잘 살려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