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4)가 돌아왔다.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약 20억5000만원) 첫날 4언더파 68타로 리더보드 상단에 오르며 우승을 향해 첫발을 뗐다.

박인비는 3일 싱가포르의 센토사GC 탄종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5언더파 단독 선두인 패티 타와타나낏(23·태국)을 1타 차로 바짝 추격하며 1라운드를 마쳤다.

이번 대회는 지난 1~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3개 대회 이후 3주간 휴식한 끝에 열렸다. 지난해 우승자인 김효주(27)와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 5위 김세영(29) 등이 본격적으로 시즌을 시작해 톱랭커들이 총출동한 사실상의 시즌 개막전이다. 특히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대회다. 2015년 박인비가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2016년 장하나(30), 2017년 박인비, 2019년 박성현(29), 지난해 김효주(27)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박인비는 두 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 김효주는 5년3개월의 긴 공백을 깨고 이 대회에서 LPGA투어 통산 4승을 신고했다.

박인비는 올 시즌을 이전보다 다소 일찍 시작했다. 시즌 첫 3개 대회에 모두 나섰고 개막전을 공동 8위로 마쳤다. 그는 이번 대회 시작 전 “첫 3연전은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워밍업이 됐다. 좋은 기억이 많은 만큼 싱가포르에 오는 건 즐겁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른 시즌보다 일찍 몸을 풀면서 경기 감각을 올린 덕분일까. 박인비 특유의 날카로운 샷감이 돋보였다. 페어웨이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그린은 한 번만 놓쳤다. 2번홀(파4)과 3번홀(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은 그는 전반에만 보기 없이 4타를 줄이며 기세를 올렸다. 후반 15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공동 1위까지 올라갔으나 마지막 18번홀(파4) 보기가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좋은 샷감과 경기 감각을 확인해 남은 라운드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장타자 김아림(27)도 4언더파 공동 2위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아림은 이날 평균 265야드의 드라이버샷으로 특유의 장타를 뽐내며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냈다.

고진영도 산뜻하게 시즌 첫 라운드를 시작했다. 경기 초반인 4번홀(파3) 더블 보기와 7번홀(파3) 보기로 다소 난항을 겪는 듯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버디를 잡으며 전반을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 특유의 날카로운 샷이 살아나면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추가해 3언더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특히 고진영은 12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을 이어가며 신기록에 한발 다가섰다. 그는 지난해 7~10월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로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017년 유소연(32)이 세운 LPGA투어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10월 BMW레이디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71타를 쳐 신기록 수립엔 실패했지만 이후 다시 이날까지 12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 남은 라운드에서 모두 60대 타수를 치면 고진영은 15라운드 연속 기록으로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