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골프화·클럽…아쿠쉬네트코리아가 만들면 다르다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골프용품 시장에서 한국은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 규모가 작고, 골프 인구도 적어서 국내 업체가 골프용품계의 선두로 치고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등장은 한국 골프산업의 역량을 한 단계 올려놨다. 아쿠쉬네트코리아가 주도해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한국에서 책임진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이전에 없던 ‘프리미엄 퍼포먼스 어패럴’ 시장을 창출해냈다. 한국에서 만든 골프웨어가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되는 성공 신화를 썼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성공 모델에 자극받은 후발 주자들의 참여가 이어졌고, 한국은 글로벌 골프웨어 시장의 리더로 우뚝 섰다. 아쿠쉬네트코리아가 단순히 미국 브랜드의 한국지사에 그치지 않고 골프산업의 주역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더 완벽한 퍼포먼스 ‘투어핏S’

아쿠쉬네트코리아가 골프웨어 시장을 주목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골프문화 때문이었다. 골프를 단순히 스포츠로 대하는 미국 유럽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는 골프가 비즈니스의 매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관계자는 “개발에 들어갈 당시 골프웨어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골퍼의 몸과 가장 많은 접촉을 이루며 골퍼의 스윙과 최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는 핵심적인 골프용품으로 규정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품질에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는 골프웨어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최고 심사위원이었다. 여기에 섬세하고 정교한 실력을 갖춘 국내 의류 생산 인프라는 프리미엄 어패럴을 만들어낼 최적의 환경이었다.

국내 골퍼에게 가장 잘 맞는 핏과 디자인, 혹서기와 혹한기에도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고기능성 골프웨어의 등장은 한국 골프웨어 시장을 완전히 바꿔놨다. 프로선수들만 입는 줄 알았던 퍼포먼스 골프웨어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골프웨어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한 번 더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엔 더 고급스럽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내는 프리미엄 퍼포먼스 골프웨어 투어핏S를 새로 내놨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관계자는 “기존의 퍼포먼스 골프웨어에서 한층 더 차별화되는 고급 라인을 원하는 열정적인 골퍼들의 요청이 많았다”며 “더 엄선된 소재와 고급스러운 디자인, 디테일한 설계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액세서리 NO…‘기어’라고 불러주세요

골프의류의 곁다리로 취급받던 캐디백, 보스턴백, 골프모자, 장갑 등에 기능과 전문성을 더한 것도 아쿠쉬네트코리아다. 타이틀리스트는 액세서리 사업군을 2014년 골프기어사업부로 독립시켰다. 라운드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장비(gear)인 만큼 골프 퍼포먼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타이틀리스트의 골프 모자에는 캡 부분에 마그넷이 적용되어 있다. 볼 마커를 붙이는 순간 하나하나가 골퍼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다. 캐디백의 포켓은 모든 골퍼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성인 남성의 평균 크기 손이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와 형태로 제작한다. 포켓은 지퍼가 아니라 마그넷으로 열고 닫도록 디자인했다.

골프 모자는 어느 정도 사용하면 누렇게 변색되곤 한다. 타이틀리스트 기어사업부는 변색의 원인을 찾아 원재료와 제작 과정을 샅샅이 분석했고, 스티치 실의 문제라는 점을 찾아냈다. 스티치 실, 캐디백의 주머니 하나 허투루 만들어내지 않는 집요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타이틀리스트 기어사업부 관계자는 “제품의 디테일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발하기에 액세서리가 아니라 기어(장비)라고 자신있게 이름을 내걸 수 있었다”고 말했다.

FJ, 필드와 일상의 경계를 없애다

160년이 넘는 역사의 FJ는 글로벌 골프화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접지력과 안정성이 뛰어나 골프화의 대세가 된 스파이크 달린 골프화를 처음 시장에 내놓은 것이 FJ다.

아쿠쉬네트코리아는 FJ의 역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2017년 한국에 기반을 둔 어패럴 개발팀을 구성한 것이다. 앞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성공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 디자인과 소재에 까다로우면서도 수준 높은 안목을 갖고 있는 한국 소비자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3년간의 조사와 연구개발을 통해 2019년 FJ어패럴이 첫선을 보였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이 퍼포먼스 중심 골프웨어의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FJ는 보더리스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일상과 필드의 경계를 없애 일상에서도 캐주얼 의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퍼포먼스도 놓치지 않았다. 편안한 디자인으로 보일지라도 곳곳에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요소가 숨어있는 ‘캄테크’를 적용했다.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로 필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골프웨어의 등장은 여성골퍼와 MZ세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출시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의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FJ 한국사업부는 지난해 FJ 세계 지사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렸고 ‘올해 최고의 FJ 마켓(International Market of the Year 2021)’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