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어’ 그레그 노먼(66·호주·사진)이 제3의 프로골프 리그를 이끈다.

골프위크, 골프채널 등 미국 골프 전문 매체들은 28일(한국시간) “노먼이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골프 시리즈의 커미셔너를 맡을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골프채널은 “미국 뉴욕에서 새로운 골프단체 출범을 준비하는 측이 28일 일부 미디어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며 “이날 설명회에서 알려진 내용은 공식 발표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자본을 앞세운 새로운 골프 단체로는 그동안 프리미어 골프리그(PGL) 또는 슈퍼 골프리그(SGL) 등의 출범이 거론돼왔다. PGL의 경우 2023년 1월 출범하겠다고 지난 6월 공식 선언했다. 매 시즌 18개 대회를 열고, 경기를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눠 치르며, 개인전 우승 상금은 400만달러(약 46억8000만원)라는 구체적인 시즌 운영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 상금(207만달러)의 두 배 가까운 우승 상금이 대회마다 걸린 셈이다.

PGL은 “기존 4대 메이저대회와 라이더컵 일정은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 기존 골프 단체와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PGA투어는 이미 “새 리그에 참가하면 PGA투어에서 제명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PGL의 성공 여부는 기존 PGA투어 톱랭커를 얼마나 빼내오느냐에 달려 있다. PGA투어 통산 20승(메이저 2승 포함),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노먼이 사우디 골프 시리즈의 커미셔너를 맡을 경우 스타급 선수 영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먼은 1994년 ‘월드 골프 투어’ 신설을 추진했지만 1997년 PGA투어 등 세계 골프계가 월드골프 챔피언십(WGC) 시리즈를 출범시키면서 무산됐다.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은 새 리그 구상에 대해 “돈에 눈이 먼 탐욕”이라고 비판한 반면 필 미컬슨(미국) 등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2019년부터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개최하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막대한 초청료를 제공해 대회 출전을 유도했다. 내년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아시안투어로 열릴 예정이다. PGA투어는 이 대회에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지만 최근 디펜딩 챔피언 더스틴 존슨을 비롯해 케빈 나(이상 미국),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 8명이 출전 허가를 요청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사우디는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대회도 11월에 두 차례 여는 등 최근 국제 골프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