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클래식 16언더파 정상
2위 카스트렌 1타차로 제쳐
197일 만에 투어 통산 8승

올림픽 앞두고 상승세 고무적
"올 시즌 부진으로 마음 고생
사춘기라 생각하고 받아들여
7월 들어 우승, 자신감 되찾아"
“지난 몇 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골프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았어요. 뭔가 될 듯하면서 안되니까 마음이 힘들었죠.”

고진영(26)이 돌아왔다. 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우승컵을 차지하며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승 갈증을 씻어냈다.

고진영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아메리칸G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마틸다 카스트렌(26·핀란드)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12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 197일 만이다. 통산 여덟 번째 LPGA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고진영의 우승 가뭄은 길었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112주 동안 지켰던 세계랭킹 1위를 지난주 넬리 코르다(23·미국)에게 내줬다.

그간의 부진을 설욕하듯 이번 대회 내내 고진영은 특유의 날카로운 아이언샷과 퍼팅감을 과시했다. 1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고 3라운드에서는 전날 마치지 못한 잔여 라운드를 포함해 총 32개 홀을 도는 강행군 속에서도 1타 차 선두를 지켰다.

최종라운드에서도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1번(파4), 2번(파5), 4번홀(파4) 버디로 4타 차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5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뒤 다소 주춤했다. 퍼트에서 아깝게 버디를 놓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카스트렌은 6번(파5), 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1타 차까지 쫓아왔다.

14번홀(파4)에선 고진영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한참 벗어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세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지만 고진영은 파 세이브로 막아냈다. 여기에 카스트렌이 15번홀(파4)에서 1m가 안 되는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2타 차로 여유를 얻었다.

카스트렌은 17번홀(파5) 버디를 기록하며 또다시 1타 차로 추격 속도를 높였다. 그래도 고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18번홀(파4)에서 카스트렌의 두 번째 샷이 그린 가장자리에 자리잡았지만 고진영은 2온에 성공했다. 카스트렌의 세 번째 샷이 홀을 비껴가며 버디에 실패했고, 고진영은 파 세이브에 성공해 1타 차를 끝까지 지켜냈다. 세계랭킹 1위를 내놓은 직후 “아직 죽지 않았다”던 자신의 말을 입증해낸 셈이다.

우승을 확정한 뒤 고진영은 “그동안 세계랭킹 1위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게 사실이다. 이번에 다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부진에 대해서는 “스윙이나 공 맞는 것, 퍼팅은 잘됐는데 뭔가 될 듯하면서 안되니까 마음이 힘들었다”면서도 “그때 그냥 ‘아, 골프 사춘기가 왔구나’ 하며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7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겨서 기쁘다. 골프에 자신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회복한 점이 고무적이다. 그는 오는 22일 열리는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참가한 뒤 도쿄올림픽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과 스윙 감각 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하겠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본 뒤 일본으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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