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평평하게 만들어진 톱(맨 왼쪽 사진)은 엎어 치는 보상 동작이 나오기 쉽다. 톱이 너무 높고 가팔라도(가운데) 임팩트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다운스윙에서 오른쪽 옆구리가 찌그러져 악성 훅이 나오기도 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낮고 평평하게 만들어진 톱(맨 왼쪽 사진)은 엎어 치는 보상 동작이 나오기 쉽다. 톱이 너무 높고 가팔라도(가운데) 임팩트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다운스윙에서 오른쪽 옆구리가 찌그러져 악성 훅이 나오기도 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주는 참 훈훈했습니다. ‘낚시꾼 스윙’의 최호성 프로님부터 대단했죠. AT&T페블비치프로암에서만큼은 거의 ‘타이거 우즈급’ 인기를 모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대회에서 한국 나이로 쉰에 접어든 필 미컬슨(미국)이 조카뻘 되는 젊은 선수들을 물리치고 통산 44승을 올린 것도 그렇고요. 신체적 장애와 나이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골프를 묵묵히 완성해가는 ‘아재골퍼’들의 인간 승리에 감동 이상의 경외심을 느낀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나는 내 스윙을 사랑한다. 누구나 자신의 스윙을 찾아낼 수 있다”는 최 프로님의 말에 큰 울림을 받는 요즘입니다.

팔 굽혀도 된다? 일찍 포기하지 마세요!

사실 골프는 자신에게 잘 맞는 스윙법을 찾아내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사람의 지문처럼 1000명이면 1000가지 스윙이 있다고 하듯 말이죠. 보기에 좋은 스윙이라고 따라 했다가 부상을 입거나 스윙을 되레 망치는 경우가 더 많은 건 사실입니다(체격조건, 유연성, 순발력 등에 따라 각자 다른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성 스윙이든, 정통 스윙이든 ‘물체의 회전운동’이란 골프의 원리는 같습니다.

골프 연구가인 바비 로페스(미국)는 최호성 프로의 스윙에 대해 “완벽한 스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백스윙(클럽을 바깥쪽으로 크게 빼서 거의 수직으로 들어올리는)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이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전환 동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백스윙 톱에서 에너지를 충분히 축적한 뒤 일정한 크기의 ‘샬로윙(shallowing: 클럽헤드를 완만하게 뒤로 떨구는 동작)’을 통해 정확한 다운스윙 궤도로 클럽을 진입시킨다는 얘깁니다. 백스윙을 이와 비슷하게 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많아도 이 전환 동작을 일관되게 하는 분들은 드물죠. 테이크어웨이, 미들 백스윙 등에서 일어난 문제를 한 번에 교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도 말이죠.

아마추어 골퍼들의 문제는 더 기본적인 곳에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장 많은 문제점이 백스윙 톱에서 그립 악력이 풀리는 경우입니다. 큰 스윙을 하고 싶다는 욕심(혹은 힘을 빼야 한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잘 모르는 분이 많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이 오버스윙은 임팩트까지 끌고 내려오는 긴 과정에서 변수가 많이 생긴답니다. 코킹이 일찍 풀리는 캐스팅이 대표적이고요.

어깨를 회전하는 대신 왼쪽 팔꿈치를 심하게 구부리는 것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많은 분이 백스윙에서 왼쪽 팔꿈치는 굽혀도 상관없다고 들으셨을 겁니다. 물론 불가피하게 이럴 수밖에 없는 골퍼도 많이 있습니다. 유연성이 부족한 골퍼들이죠. 하지만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펼 수 있는데도 굽히는 분들이 실제로는 더 많다는 얘깁니다. 한 번 경계가 허물어진 팔꿈치와 큰 스윙에 대한 욕심이 결합할 경우 팔꿈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극적으로 구부러져서 ‘목을 조이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걸 많이 봐왔습니다. 제가 골프를 배우던 초기가 그랬습니다. 스승님은 그런 저를 이렇게 혼내곤 했죠. “조만간 너 숨 막혀서 죽을 거다. 네 팔이 네 목을 조를 테니!”
"간결하고 선 굵은 백스윙 톱, 느낌 오나요?…당신의 스윙이 바뀝니다"
‘톱 느껴보기’의 다양한 효험

그립이 풀리지 않고 팔꿈치를 지나치게 구부리지 않아도 되는 백스윙 톱 만들기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기준은 이렇습니다. 우선 어깨는 최대한(가능하면 90도 이상) 돌립니다(우향우하는 느낌으로 하면 쉬워짐. 왼발을 살짝 떼도 됨). 그리고 왼팔은 앞에서 보면 10~11시 방향까지만 듭니다. 이렇게 되면 클럽헤드가 가리키는 방향이 1~2시쯤 될 겁니다. 그립 끝은 거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요. 팔꿈치도 많이 구부러지지 않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작고 간결하며 선이 굵은 백스윙 톱입니다.

여기에 덧붙일 게 ‘여유’입니다. 대다수는 백스윙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다가 하체 리드를 건너뛰고 상체나 팔로만 스윙해 뒤땅, 슬라이스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습니다.

백스윙 톱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많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체중 이동, 샬로윙 같은 일들이죠. 그래서 이런 동작을 준비할 여유가 필요합니다. 마치 놀이공원의 바이킹이 올라갔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정지한 뒤 내려오는 모양처럼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루키 임성재 프로는 ‘슬로비디오’ 같은 백스윙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는 “백스윙 톱을 충분히 느끼려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다운스윙부터 임팩트까지 정리된 스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의 샷 정확도와 비거리는 PGA투어 톱클래스입니다. 설 명절도 지나고 다시 시작한 새해, 백스윙 톱 느끼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