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섐보는 매우 높은 확률로 세계랭킹 1위가 될 수 있는 선수다.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필드 위 물리학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18~2019시즌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총상금 700만달러)에서 우승하는 것을 지켜본 미국 골프채널 해설가 브랜델 챔블리의 말이다. 한때 디섐보를 ‘반짝 하고 사라질 괴짜 선수’ ‘몽상가’ 정도로만 취급하던 전문가들도 그를 향한 회의적인 시선을 완벽히 거둔 모양새다.

디섐보는 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TPC(파71·725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고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1년 만에 세계 96위→5위로 ‘껑충’

PGA투어 통산 5승 가운데 이번 대회를 포함해 지난 6월 이후 12번 출전한 대회에서 4승을 거둔 디섐보는 대회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이맘때 그의 세계랭킹은 96위였다.

디섐보의 활약은 단순히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대학에서 전공한 물리학을 골프에 접목해 동일한 길이의 아이언을 사용하고 미리 임팩트 때 자세를 취한 뒤 단일면 스윙(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길이 동일한 원플레인 스윙)을 하는 것 등 보수적인 골프계의 통념을 파괴하고 있다. 디섐보는 나아가 골프 규칙이 개정되는 내년부터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깃대는 홀에 꽂은 채 퍼트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디섐보는 이날 16번홀(파5) 그린 주변에서 17m가 넘는 긴 거리 이글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예고했다. 2위에 1타 앞서던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10m 버디 퍼트를 홀 옆에 붙였고 쉽게 파를 낚아채며 우승을 확정했다.

슈퍼루키 임성재, 공동 15위 도약

올 시즌 PGA투어 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는 임성재(20)는 이날 버디 8개를 몰아치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으며 6타를 줄였다. 그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적어내 김시우(23) 등과 함께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도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덕에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김민휘(26)는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임성재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캐머런 챔프(미국)는 이날 2타를 잃고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한편 지난 4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터키항공 오픈(총상금 700만달러)에서 우승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세계랭킹 1위로 복귀했다. 그는 지난 9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뒤 2주 만에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밀려났다가 이번에 최고 자리를 되찾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