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을 두고 도입 대상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정준칙은 나라 살림의 적자 폭을 제한하는 제도다. 국가 관리재정수지 연간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윤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국가회계연구태스크포스팀장은 26일 ‘2023년 한국회계학회 하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재정준칙을 세워 효과적으로 국가 재정을 운영·관리하려면 ‘저량·유량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에서도 이 항목을 국가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량·유량 조정은 정부의 채무 비축량과 재정수지 적자 흐름을 연결한 개념이다. 윤 팀장에 따르면 이를 통해 일반정부 재정수지는 흑자를 냈는데도 일반정부 부채가 줄어들지 않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금융자산 순취득 항목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한국은 주로 국민연금기금에서 발생하는 흑자분이 누적되는 것이 주요 이유”라고 했다. 국민연금기금이 운용 흑자를 내면 미래 세대에 대한 연금 지급을 대비해 이익만큼을 적립·재투자하기 때문에 기존 빚을 상환하는 수단으로는 쓸 수 없고, 금융자산 형태로만 보유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저량·유량 조정은 매년 GDP의 3.5~5.5% 수준이다.

윤 팀장은 “저량·유량 조정 효과를 제대로 따지려면 발생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통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대상 채무는 현금주의를 기반으로 작성하는 국가채무(D1)다. 대신 발생주의 기반 일반정부 재정수지를 쓰는 게 낫다는 것이 윤 팀장의 주장이다. 그는 “현금주의 기반 통계는 저량과 유량 간 결합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만기에 회수될 수 있는 융자지출 대여금도 지출로 반영해 실제 재정의 위험 정도를 과도하게 나타낸다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