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가 침체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슬그머니 오르는 주식이 있다. 국내 1위 채권추심업체 고려신용정보다. 이 회사는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에게 빚을 받아내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최근 라덕연 일당이 벌인 ‘차액결제거래(CFD) 주가조작 사태’로 수천억원의 미수채권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불경기에 강하다…"고려신용정보 주목할 만"
8일 고려신용정보는 0.88% 오른 1만260원에 마감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고려신용정보는 국내 채권추심 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은행, 증권사 등을 대신해 채무자에게서 빚을 받아내고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다. 경기 침체나 금리 상승으로 부실 채권이 늘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1년 전(0.17%)과 비교해 0.14%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에서 0.2%로 두 배로 높아졌다.

최근 CFD 사태도 이 회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가 폭락으로 인한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증권사들이 메워야 한다. 증권사들은 채권추심 업체에 재산 전수조사를 의뢰한 뒤 현금성 자산,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걸고 법원에서 지급명령, 강제집행을 진행한다. 증권사들은 이 사태와 관련해 미수채권 발생 규모를 함구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증권사는 추심인력이 부족하거나 없다”며 “고려신용정보의 수주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신용정보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가 세 배 가까이 급등한 적이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빚 추심이 늘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되면 잠재된 부실이 드러나면서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인 2019년 4분기 말(684조9000억원)보다 48.9% 급증했다.채권추심업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고려신용정보의 주가를 지지하고 있다. 채권추심업을 하려면 금융기관 50% 이상 출자, 최소자본금 30억원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