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체 F&F가 운용사와 연합해 강남 마제스타 빌딩을 5000억원대에 인수한다.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제스타 빌딩(마제스타시티 타워1·사진)을 펀드로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F&F-삼성SRA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서초역 인근에 위치한 이 건물은 강남 노른자위 매물로 꼽힌다. 지하 7층~지상 17층짜리 오피스 건물로 연면적 4만6673.76㎡(1만4118평) 규모다. 이지스운용은 CBRE코리아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해왔다.이번 인수전은 F&F-삼성SRA운용, NH투자증권-코람코자산신탁, 마스턴투자운용 등 3파전으로 치러졌다. 미래에셋운용도 검토했으나 불참했다. F&F-삼성SRA 컨소시엄은 5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써내면서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F&F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삼성SRA운용과 대출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거래로 이지스운용은 2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운용은 2017년 출자자(LP)인 미국계 투자사 인베스코와 이 건물을 2541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3.3㎡당 가격은 18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6년 만에 약 두 배의 가격에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F&F는 마제스타 빌딩을 사들여 본사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현 사옥은 서울시 강남구 일대 땅을 218억원에 매입해 2008년 준공했으나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임차인의 만기 이후 단계적으로 이전 작업을 시작해 2026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업계는 인수합병(M&A) 큰 손으로 부상한 F&F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김봉규 삼성출판사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창수 회장이 1992년 창업한 F&F는 디스커버리, MLB 등 패션 브랜드의 성공으로 매년 실적이 급성장했다. 다른 의류업체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 F&F의 연결 기준 매출은 8376억원에서 2021년 1조892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2조원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8089억원으로 전년대비 66% 급증했다.F&F는 패션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2021년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로 꼽히는 테일러메이드를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미국 프리미엄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했다. 올해 초에는 자회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엔터 사업에 뛰어들었다.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궈차오(애국소비)’ 열기 가득한 중국에서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MLB’ 브랜드가 잘나가는 건 이례적이다.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나이키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중국시장의 실상이기 때문이다.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체 F&F의 라이선스 브랜드 MLB는 지난해 중국에서 1조원 넘게 팔렸다. 2019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뒤 단 3년 만에 올린 성과다. 세계적 금융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마저 “지난 10년간 중국 패션시장에서 어떤 브랜드도 보여주지 못한 성장세”라고 평가할 정도다. ‘패션계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김창수 F&F 회장(61·사진)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해외 브랜드 K패션으로 재탄생김 회장은 김봉규 삼성출판사 창업주(88)의 차남이다. 동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출판사 계열 팬시 전문점 아트박스 사장을 지냈다.김 회장은 1992년 ‘패션(fashion)’과 ‘미래(forward)’의 영어단어 앞 글자를 따 F&F라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아버지 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혈관에 흐르는 ‘사업가의 피’를 거부하지 못했다.김 회장은 패션계에서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해외에서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를 무작정 들여오는 기존 패션업계 관행을 거부했다.대신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브랜드를 들여와 F&F만의 콘셉트를 입혀 재창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 내에서 모자, 야구용품 정도에만 적용되던 MLB 브랜드를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접목한 게 그렇다. 아웃도어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2012년 맺어 패션 아이템으로 히트시킨 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김 회장은 창업 후 줄곧 브랜드를 천착했다. ‘패션이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옷으로 풀어내는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MLB의 경우 “사랑하는 스포츠에 몰두해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으려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디스커버리에는 자연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란 정체성을 담았다. 애슬레저·아웃도어 열풍을 일찌감치 알아본 선견지명이란 평가도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나서F&F는 창립 30주년이던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66.0% 급증한 1조80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증권업계는 F&F가 올해 매출 ‘2조 클럽’ 가입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특히 김 회장이 1997년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사무국으로부터 의류업 라이선스를 따와 론칭한 브랜드 MLB가 이끄는 중국에서의 성과는 업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 내 MLB 매장은 현재 880여 개다. F&F는 올해 MLB 중국 매장이 1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골드만삭스는 MLB가 앞으로 5년간 중국에서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MLB는 올해 1조5000억원대 판매액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와 디스커버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언제든 위협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지켜본 두 브랜드가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F&F는 최근 유명 해외 브랜드를 사들이며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2018년에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 지난해에는 미국 프리미엄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의 글로벌 본사를 인수했다.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F&F는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하기에 앞서 2021년엔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로 꼽히는 테일러메이드를 사들였다. 이런 행보는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패션’을 추구하는 김창수 회장 스타일상 충분히 이해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그런데 올해 초 자회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엔터 사업에 뛰어든 것과 관련해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패션과 상관없어 보이는 업종으로의 진출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기존 패션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리려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F&F엔터는 현재 하반기 SBS 방영 목표로 ‘유니버스 티켓’이란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지원자들이 MLB, 디스커버리 등의 의상을 입고 오디션 경연에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F&F는 패션 브랜드를 해외에서 키운 기획력을 아이돌 육성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최재우 F&F엔터 대표는 “F&F는 브랜딩 노하우와 유통 영향력이 있다”며 “엔터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