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 주요 기업 CEO들은 거대한 소비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 간 다이먼·머스크 “디커플링 없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31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지난 3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스타벅스의 새 CEO 랙스먼 내러시먼,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가 모두 중국을 찾았다.

31일 다이먼 CEO는 상하이에서 열린 ‘JP모간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해 “향후 중국과의 무역이 줄어들 수 있지만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먼 CEO는 이어 “JP모간은 중국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며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나는 미국 정부를 따르는 애국자”라며 20%에 육박하는 중국의 청년실업률을 언급한 뒤 중국인을 돕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31일까지 이틀 동안 중국의 친강 외교부 장관과 왕원타오 상무부 장관, 진좡룽 중국공업정보화부 장관 등 중국 고위 관료들과 만났다. 머스크의 방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머스크는 관료과의 만남에서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며 “중국 사업을 확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내러시먼 CEO는 지난 3월 취임한 지 약 두 달 만에 중국을 방문해 6200개 수준인 중국 내 매장을 2025년까지 90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텐센트와 틱톡 등 중국 빅테크 기업 경영진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첨단 반도체 칩 수출길이 막히자 성능이 떨어지는 대체품을 제조해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경제 빨간불’ 中은 환영

미·중 갈등이라는 리스크에도 거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경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비야디(BYD) 등 본토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상하이 생산기지는 전 세계 테슬라 공장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생산해낸다.

스타벅스도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매출이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 중 중국 매출 비중이 21%다.

다만 미 정부의 눈총이 따갑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의 중국 첨단산업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AI, 양자컴퓨터 등 각종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백악관은 미 CEO들의 잇따른 방중에 대해 “중국과 미국은 경쟁 관계”라며 “(이들의) 이번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를 해제한 이후에도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 외국인 투자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31일 발표한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4월(49.2)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가 크게 악화되면 시진핑 주석의 통치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 기업에 구애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