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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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자 경기침체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우려가 다시 부상했다. 그나마 인공지능(AI) 테마에 올라탄 반도체 섹터의 강세가 이어지며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반도체기업 최초로 장중 1조달러을 돌파한 점은 위안거리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섹터 강세가 이어져, 새벽에 전해진 북한의 발사체 발사 소식과 미국의 경기 불확실성의 악영향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증시 전망 엇갈려…“北 발사체 영향은 미미”

31일 국내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갈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과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약보합 출발을,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승 흐름을 각각 점쳤다.
한지영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나스닥 강세 영향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중국 방문에 힘입어 전기차 관련 종목들이 동반 강세를 보인 흐름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서상영 연구원은 뉴욕증시에서 나타난 차익실현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는 “엔비디아, 테슬라의 상승 원인은 전일 한국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점도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 요인”이라며 “여기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된 점도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염승환 이사는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섹터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엔비디아 효과가 컸고, 마이크론이 하락한 점은 부담”이라며 “국내 증시는 2600포인트 돌파를 앞두고 저항 속에 (약보합 출발 이후) 혼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에 전해진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에 따른 증시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지영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빨리 반영하는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20원대로 재난문자 발송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뉴욕증시, 부채한도 잠정 합의에도 침체 우려에 혼조세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50.56포인트(0.15%) 하락한 33,042.78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7포인트(0.00%) 오른 4,205.52에, 나스닥지수는 41.74포인트(0.32%) 상승한 13,017.4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이 합의돼 불확실성이 완화됐지만,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부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연휴 기간 동안 부채한도 상향에 잠정 합의한 덕에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출발했지만,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상승세가 둔화됐다. 특히 하원 운영위원회의 공화당 의원 2명이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낸 점이 법안 처리 과정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운영위원회의 과반 찬성이 있어야 법안이 하원 본회의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원 운영위원회는 공화당 위원 9명, 민주당 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지 않는다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해소되지는 않으리라 예상하며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멈추게 하려면 수요가 현저하게 둔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지표도 둔화됐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2.3으로 전월 수정치인 103.7에서 하락했다.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5월 기대지수도 71.5로 직전월 71.7보다 약간 내렸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와 향후 여건에 대한 기대가 전달보다 부진해졌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반도체기업 최초로 장중 시총 1조달러 터치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30일(현지시간) 개장 직후 급등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1조달러선를 돌파했다. 반도체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엔비디아의 장중 고가는 419달러였다. 이 회사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에서 열린 포럼에서 인공지능(AI)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는 슈퍼컴퓨터를 공개했다는 소식이 급등세를 이끌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종가(401.11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9900억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엔비디아 주가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인기몰이를 등에 업고 올해 들어서만 166% 이상 상승했다. AI 연산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은 덕이다. 특히 이번 상승세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에서 다음분기 매출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시장 예상치보다 50%가량 웃돈 수치를 내놓으며 시작됐다.

현재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는 종목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등 4개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스가 2021년 6월에,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같은해 10월에 각각 1조달러선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메타 주가는 25%가량, 테슬라 주가는 41%가량 하락했다.

머스크 中외교부장 만나 “미중 디커플링 반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3년만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덕에 간밤 테슬라의 주가가 4% 넘게 올라 200달러선을 돌파했다.

전날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머스크는 “테슬라는 미중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단절에 반대한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 기회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는 테슬라의 최대 생산거점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상하이에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친 부장은 머스크의 발언에 "앞으로 변함없이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테슬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기업을 위해 더 나은 시장 중심의 제도와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머스크와 친 부장의 만남이 알려지자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4.14% 상승해 201.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를 돌파한 건 지난 3월31일 이후 두달여만이다.

국제유가, OPEC+ 회의 앞두고 4% 하락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3.21달러(4.42%) 하락한 배럴당 69.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약 한달여만에 70달러선이 무너졌다.

다음달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회의를 앞두고 러시아가 추가 감산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점이 유가를 끌어 내렸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이미 한달 전 자발적 감산을 단행했다며 이번 정례회의에서는 새로운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한 포럼에서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유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추가 감산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