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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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진한 국내 경기가 내년부터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설비투자(CAPEX)를 미리 늘린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증권가 조언이 나오고 있다. 설비투자를 미리 해 둔 기업은 경기가 반등을 보일 때 실적 개선 폭이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전날 기준 84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28일 7329원까지 하락했지만 내년도 경기 회복 전망이 많아지면서 3개월 사이 14.91%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부터 주식 시장이 경기 회복에 앞서 상승세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리 설비투자를 한 기업들은 경기가 반등할 때 실적 개선 폭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비투자를 늘리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당장은 줄어들지만,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는 생산량을 더욱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시간을 길게 잡고 분석해보면, 설비투자 규모가 클수록 2년 후의 이익률 개선 폭도 커지는 방향 전환이 관찰된다”며 “설비투자는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비용이지만 경기의 반등 국면에서는 수요에 대응하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 지난해 자산총계 대비 설비투자액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7조4469억원으로 자산총계의 60.7%에 달하는 금액이다. 내년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3.2% 증가해 1조1569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CJ ENM도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2조8940억원으로 자산총계의 약 31.7%에 달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3% 줄어든 1095억원에 그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난 26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투자로 CJ ENM 실적은 전년대비 대폭 감소하겠지만 TV 광고 회복 등 정상궤도에 올라오는 시점에는 실적 레버리지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IT 업종 중에서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가 반등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혔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설비투자액이 5조540억원(자산 대비 13.7%)으로 IT 업종 중 가장 규모가 컸다. LG이노텍은 1조8767억원(21.4%), 삼성전기는 1조4829억원(14.2%)를 각각 투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하다 올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전망치 대비 각각 31.5%, 27.5% 늘어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롯데케미칼도 대규모 설비투자로 올해 실적은 다소 부진하겠지만 내년 반등할 기업으로 꼽혔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4.9% 줄어든 2조1592억원에 그칠 전망이지만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로 내년에는 3조4158억까지 뛸 것으로 전망됐다. 롯데케미칼도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4001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조18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이익은 미국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배터리 사업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