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 사진=AFP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 사진=AFP
국제 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는 소식에 2% 가까이 상승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의 전날 경고 발언도 유가에 계속 영향을 미쳤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96%(1.43달러) 오른 배럴당 74.34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은 1.95%(1.51달러) 오른 78.34달러에 거래됐다.

WIT는 지난주 주간 기준 2.1% 올랐는데 이번 주에도 사흘 연속 상승세다. 3거래일간 상승률은 3.9%에 달한다.

그동안 미국의 부채한도와 금리인상 등 요인에 흔들렸던 국제 유가는 이날 수급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1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45만6000배럴 감소한 4억5516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주간 원유 재고는 3주 만에 줄었다. 감소 규모는 지난해 11월 25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크다. 에너지 및 원자재 정보업체 S&P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츠가 집계한 전문가 시장 추정치인 70만배럴 감소를 훨씬 웃돈다.

이중 휘발유 재고는 205만3000배럴 감소했고,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56만1000배럴 줄었다. 모두 시장 추정치보다 많이 감소했다.

미국의 지난주 정유 설비 가동률은 91.7%로 직전 주의 92.0%에서 하락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92.7%를 예상했다.

미국은 오늘 29일 메모리얼데이 휴일을 맞으며 여름 여행 성수기가 시작된다. 연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사진=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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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에 따르면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정제유가 바닥을 보이는 등 석유 수요가 둔화하는 경제 이야기와 맞지 않는 모습"이라며 "휘발유 공급이 빠듯해지고 시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몇 주간 원유 재고가 더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뉴욕과 서부 해안 지역에 휘발유 재고가 타이트하다는 점을 보여줘 헤지펀드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날 경고 발언도 이날까지 유가에 여파를 미쳤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경제 포럼'에 참석해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온다(OANDA)의 선임 시장 분석가인 크레이그 얼람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매도 경고에 힘입어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 경험이 참고된다면 트레이더들은 그의 발언이 허세(bluff)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협상의 탈출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작년보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지출 삭감을 재차 요구했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막판 대치를 이어간다면 시장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할 수 있다. 만약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면 경기를 더욱 위축시켜 원유 수요를 더욱 줄일 수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