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주 금요일(29일) 퇴근 후 트위치에서 크리에이터 침착맨이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는 것을 지켜봤다. 침착맨이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에 응원하고 싶었다. 후원금을 보내기로 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엠투벤처스의 겟핏닷컴 서비스인 소셜페이를 사용했다. 트위치의 침착맨 채널 화면 하단의 달러 표시를 마우스로 클릭했다. 암호화폐로 보낼 수 있는 금액을 정할 수 있었다. 금액 선택을 잘못해 0.1달러밖에 보내지 못했다. 그래도 채팅창에 “안녕하세요? 침착맨님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에는 더 많은 후원금을 보낼 예정이다. 침착맨은 내 후원금을 받았을까?

소셜미디어에서 바로 송금

지난 19일 트위치에서 침착맨에게 암호화폐 송금한 화면
지난 19일 트위치에서 침착맨에게 암호화폐 송금한 화면
블록체인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겟핏닷컴의 '핍(PIP)'도 그 중 하나다. 은행 계좌가 없어도 소셜미디어(SNS) 계정으로 돈(암호화폐)를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핍을 만든 백종찬 엠투벤처스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털(VC) 펜부시 캐피털과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의 컨설턴트 출신이다. 그는 펜부시 캐피털에서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과 근무하기도 했다. 엠투벤처스는 지난해 해외 유명 블록체인 투자전문 업체인 코인베이스벤처스, 알라메다리서치, 갤럭시디지털 등으로부터 100만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소셜페이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 솔루션이다. 소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핍 홈페이지에서 소셜페이를 다운받으면 구글의 웹브라우저인 크롬에 익스텍션 방식으로 설치된다. 익스텐션은 크롬에 특정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설치만 하면 크롬에서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다만 소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지갑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메타마스크 등 무료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를 사용하면 된다. 돈을 송금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지갑에 암호화폐도 있어야 한다. 자신이 이용할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등록하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소셜페이는 서비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소셜페이는 트위치, 디스코드, 레딧, 깃허브 등 소셜미디어를 지원한다. 트위터도 지원했지만 지금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겟핍닷컴은 조만간 트위터 연동도 복구할 예정이다. 소셜페이가 지원하는 암호화폐 종류는 이더리움, USDC 등 30개가 넘는다. 겟핍닷컴은 지원 암호화폐를 늘릴 계획이다.
소셜페이로 트위치에서 일론 머스크에게도 암호호폐를 보낼 수 있다. 겟핏닷컴 제공
소셜페이로 트위치에서 일론 머스크에게도 암호호폐를 보낼 수 있다. 겟핏닷컴 제공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트위치, 디스코드 등에 접속하면 게시물이나 트위터 채널 등의 달러 표시가 보인다. 이걸 클릭해서 액수를 정해서 송금하면 된다. 해당 달러 표시는 소셜페이를 설치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받을 사람이 이미 핍을 사용하고 있다면 바로 입금액을 확인하고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핍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핍을 설치하라고 알려줘야 한다. 핍을 설치하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등록하면 바로 입금액 확인이 가능하다.

침착맨의 경우 내가 보낸 돈을 받지 못했다. 트위치 대화창에서 송금 사실을 알려줬지만 침착맨이 확인하지 못한 듯 하다. 송금 후 24시간 이내 수신을 완료하지 않으면 해당 작업은 취소된다. 글로 사용법을 설명하면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간단하다.

겟핍닷컴은 다른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핍미'라는 서비스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암호화폐 송수신을 돕는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자신의 계정을 보여주는 간단한 개인 소개 온라인 서비스인 '링크트리'와 비슷하다. 개인 프로필 계정을 만들어 암호화폐 수신, 보유 NFT 소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겟핍닷컴은 일정 금액의 암호화폐 송수신을 쉽게 할 수 있는 '페이버튼'과 '페이먼트링크스'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는 가상의 버튼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버튼을 온라인 게시글 근처에 붙이면 게시물 구독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만큼 쉬운 송금

핍 서비스의 장점은 돈의 유통이 쉽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카카오페이)의 송금 기능과 비슷하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지 못해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암호화폐를 보낼 수 있다.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의 개인 지갑 주소나 메타마스크 등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서 암호하페 송수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긴 암호화폐 주소를 사용해야 하는 등 편의성이 떨어진다.
겟핏닷컴의 '핍미'
겟핏닷컴의 '핍미'
백 대표에 따르면 블록체인 산업의 시작인 비트코인의 백서 제목은 '개인 간 디지털 현금'이다. 통화 가치의 전송이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비트코인으로 국제 송금, 글로벌 소액 결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비트코인의 시세 변동성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송금 때는 3000만원에서 10분 후 수신 때는 2800만원으로 변한다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는 2019년 일명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서 해결되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세는 미국 달러에 묶여있다. 테더가 대표적이다. '1테더=1달러'로 고정돼 있다. 테더를 발행한 테더사는 은행에 달러를 예치하고 예치금만큼 테더를 발행한다. 하지만 테더사가 이런 약속을 지켰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는 있다. 그럼에도 테더의 시세가 그동안 비트코인만큼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후에는 USDC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도 나왔다.

백 대표가 핍을 내놓은 것은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기존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며 "세계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소비자의 신용을 측정하기 어렵거나 해당 국가가 처한 경제 상황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침착맨님 응원합니다"…후원금 코인으로 보냈더니 [김주완의 블록체인 사용기]
대부분 금융서비스의 시작은 은행 계좌 개설로부터 시작한다. 은행 계좌가 있어야 대출, 송금, 온라인결제 등이 가능하다. 은행 계좌를 만들려면 자본과 신용, 주민등록번호나 여권처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가 있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에서 은행 계좌는 보편적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은행 계좌가 없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다.

블록체인이 금융산업 혁신할까

반면 핍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백 대표는 "전 세계 17억 명 정도는 은행 계좌가 없지만 인터넷 사용자 수는 50억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체나 핀테크 기업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만 사업하는 이유는 돈이 정보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시스템에서 돈은 이용자의 정보와 분리돼 있다. 국제금융망(SWIFT)처럼 돈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등 사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백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주고받듯 돈을 전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시스템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금융시스템에서 블록체인 활용은 다른 장점도 있다. 기존 글로벌 송금 시스템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시스템은 거래가 빠르고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블록체인은 강력한 암호화 기술로 사기나 신원 도용 등의 문제도 덜하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넘나드는 화폐 거래 과정도 간단하게 만든다. 환율 변동 위험과 거래의 복잡성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기반 금융 서비스는 계속 확산할 것인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상당수 국가들이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다. 대부분 자산 가치로 인정하고는 있다. 하지만 결제 수단 등 일부 화폐 기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법적 지위가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백 대표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 서비스를 만들겠다"라며 "회사 목표는 금융의 자유를 수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