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미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다음 날 시장의 주제는 통상 결과에 대한 분석입니다. 시장을 이를 며칠씩 소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4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의 관심은 FOMC가 아니었습니다.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때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지역은행 주식을 둘러싼 혼란이 오늘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약보합세로 출발한 뒤 종일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다우는 0.86%, S&P500 지수는 0.72% 내렸고 나스닥은 0.48%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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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웨스트 은행은 전날 장 마감 뒤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6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블룸버그가 "팩웨스트 은행이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탓입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미실현 손실이 큰 상황에서 매각은 투자자 손실을 의미합니다. 팩웨스트 은행은 "이미 밝힌 대로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비정상적 예금 이탈을 겪고 있지 않다"라며 예금보험 대상인 예금이 75%에 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 어려웠습니다. 오늘 50.6%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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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얼라이언스 상황도 비슷합니다. 오전 10시께 파이낸셜 타임스는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이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주가는 최대 60%까지 떨어졌습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 측은 즉시 "보도는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락 폭은 줄었지만 그리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38.5%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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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호라이즌 은행은 TD뱅크가 인수 취소를 발표한 뒤 33% 급락하며 폭락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TD뱅크는 "규제 당국의 승인 여부와 시기를 확신할 수 없다"라면서 134억 달러 규모의 딜 취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최근 주가가 내려간 퍼스트 호라이즌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TD뱅크는 딜 취소 댓가로 2억 달러를 퍼스트 호라이즌에 지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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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5% 이상 하락했고, KBW 지역은행 ETF는 3% 이상 떨어졌습니다. 지역은행 주가 폭락은 어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말미쯤 시작됐는데요. 기본적으로는 6월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놓은 데 따른 실망감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으로 보유 채권에 대한 미실현 손실이 증가하고 예금이 이탈한 게 지역은행의 문제인데, 25bp를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겨놓았기 때문이죠. 특히 파월은 은행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신경 쓰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졌습니다. 파월이 "인플레이션이 그리 빨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전날 CNBC 인터뷰에서 Fed가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궁지에 몰린 지역은행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다. 매우 높은 확률로 더 많은 지역은행 도산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예상했습니다.

퍼싱스퀘어의 빌 애커먼도 트윗을 통해 "지역은행 시스템이 위험에 처해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예금을 고갈시켰다. 상업용 부동산(CRE) 손실도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사용자 친화적인 높은 금리의 대안을 내놓았다. 우리는 엄청난 체계적,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는 도미노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은행 업무는 자신감 게임이다. 이런 높은 금리 속에서는 예금이 유출되면 주가 급락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전략적 대안 추구'가 다가오는 주말에 폐쇄를 의미하기 때문에 어떤 지역은행도 나쁜 소식이나 데이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은 실패하기에는 너무 커 불공평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경기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지역은행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도미노가 쓰러지면 다음으로 약한 은행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더 많은 불필요한 은행 실패를 지켜봐야 하나. 우리는 지금 시스템 전반에 걸친 예금보험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팩웨스트, 웨스턴 얼라이언스 등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밝힌 데이터에 따르면 예금 유출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어제 "은행 여건은 3월 초 이후 크게 개선되었다"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아직은) 지역은행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역은행들은 이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존재의 위기에 처해 있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게 주가 하락의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오늘 Fed 데이터를 보면, 은행들이 Fed에서 빌려 간 돈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재할인창구에서 대여한 자금은 지난 3일까지 일주일 동안 739억 달러에서 53억 달러로 급감했고, 이번 은행 혼란으로 만든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에서 나간 돈은 같은 기간 813억 달러에서 758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은 멀쩡합니다.

일부에선 공매도 세력이 몇몇 지역은행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게 혼란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데니스 록하트 전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트레이더들이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사냥감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고, 은행권에선 사슴 떼에서 가장 약한 사슴이 무리에서 쫓겨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팩웨스트, 웨스턴 얼라이언스 두 은행의 주식옵션거래를 보면 5분의 4 이상이 풋옵션 매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SPDR S&P 지역은행 ETF(KRE)는 오늘 아침 네 번째로 많이 거래된 옵션 계약으로 부상했습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가 매각을 모색하고 있다'라는 잘못된 정보를 FT에 흘린 것도 공매도 세력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의장은 성명을 통해 "투자자나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위법 행위를 추적할 것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모든 형태의 위법 행위를 식별하고 기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의 카린 진-피에르 대변인은 "건전한 은행에 대한 공매도 압력을 포함해 시장 발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선 잠시 지역은행 주식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SEC는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오늘 갤럽은 4월 3~25일까지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48%가 은행이나 기타 금융기관 계좌에 있는 돈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19%는 "매우" 걱정하고 29%는 "보통" 걱정합니다. 30%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20%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은행 불안이 이어진다면 증시는 어떻게 될까요? 찰스 슈왑의 케빈 고든 전략가는 은행 주가가 흔들리는 것은 전체 시장에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지역은행들은 전년 대비 36% 하락했다. 대형 은행은 더 나은 위치에 있지만 그들의 주가도 올해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은행들이 랠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더 넓은 시장이 상승하기 어렵다. 1930년대부터 모든 시장 저점을 살펴보면 은행은 항상 시장과 함께 랠리를 펼쳤다. 2020년에 지금처럼 소수의 주식이 상승 대부분을 책임졌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과는 본질에서 다른 시기였다. 지금은 당시와 달리 봉쇄 상태에 있지 않다. 시장의 경기순환적 부분이 랠리를 펼치지 못하고 소수의 대형주 성장주만이 오른다면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 최근 시장 리더십 변화를 살펴보면 필수소비재와 같은 일부 전통 방어주가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는 경제 및 시장 악화를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더 넓은 시장에 더 많은 하방 압력을 가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지역은행 사태가 퍼지자 시장은 Fed가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베팅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 따르면 오후 5시께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99.9%이며, 7월에 25bp 인하 베팅이 57%(어제 34.6%)로 증가했습니다.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올해 12월까지 네 번 내릴 것이란 게 시장 베팅입니다. 시장과 Fed의 간격이 올해 말 기준 100bp에 달하는 것이죠. 파월 의장은 어제 "FOMC 견해는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빨리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그 예측이 대체로 맞는다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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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대부분 월가 예상보다 나빴습니다.

▶전주(~4월 29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3000건 증가해 24만2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치 23만6000건을 웃돌았습니다. 노동시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이 수치는 실시간으로 노동시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달 22일로 끝난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3800건 감소해 180만5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계속해서 180만 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RSM은 "신규 청구 건수는 2개월 이상 팬데믹 이전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지금 속도라면 경기 침체 신호라고 생각되는 임계치 35만 건 수준에 도달하는 데 약 6~8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고용정보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가 발표한 4월 기업 감원 계획은 6만6995명으로 집계되어 전월보다는 25%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하면 176% 늘어났습니다. 또 지난 1~4월 감원 계획을 모두 더하면 33만741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2% 폭증했습니다. 이는 팬데믹이 터졌던 2020년 이후 최대입니다. 팬데믹 이전 미국 기업들이 이 정도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을 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었습니다.

▶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비농업 생산성(예비치)은 2.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4분기(1.6% 상승)나 월가 예상(-1.9%)보다 악화했습니다. 단위 노동 비용이 6.3%나 상승한 영향이 컸습니다. 전년 대비 5개 분기 연속으로 생산성이 하락했는데, 이는 1948년 이후 처음입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성 반등은 공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생산성을 단기에 올릴 마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해고와 임금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은 종종 '더 쉽고' 실행이 빠르다"라고 밝혔습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적자는 642억 달러로 전월보다 64억 달러 줄었습니다. 수출은 2562억 달러로 전월보다 53억 달러(2.1%) 증가했고, 수입은 3204억 달러로 전월보다 11억 달러(0.3%) 감소했습니다. 이는 2분기 GDP에는 긍정적 요인입니다.

은행 혼란과 경제 지표 부진 속에 금리는 급락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5.1bp 떨어진 3.788%, 10년물은 2.6bp 내린 3.377%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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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 금리를 25bp 올린 것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전 세 차례 연속 50bp를 올렸는데, 그보다는 완화된 것이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너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추가 인상 의지를 밝혔습니다. ING는 "계속된 금리 인상, 은행 혼란, 성장 둔화가 있는 상황에서 ECB가 50bp 금리 인상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금리를 한 번 이상 또는 최대 두 번 인상하는 것도 비슷하게 어려울 것이다. 사실 여기에서 추가로 금리를 높일 때마다 정책 실수로 판명될 위험이 크다. 오늘 인상으로 ECB는 확실히 긴축 주기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으며 금리 정점은 라가르드 총재가 말한 것보다 더 가까울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분석 탓에 유로존 국채 금리도 하락하고, 유로화도 떨어졌습니다.

지역은행 우려로 인해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75포인트(9.54%) 오른 20.09를 나타냈습니다. 금 가격은 0.5% 오른 온스당 약 2047달러로 상승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06% 하락한 배럴당 68.56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밤 아시아 시장이 열릴 때 한때 배럴당 63달러 선까지 갑자기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주문(fat finger)이라는 분석, 유가 전망을 나쁘게 본 대형 트레이더가 보유 물량을 정리한 것이란 관측이 함께 나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장 마감 뒤 애플은 지난 분기 948억4000만 달러 매출과 241억6000만 달러 순이익을 보고했습니다. 주당순이익은 1.52달러였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감소했고, 순이익은 3.4% 줄어든 것이지만, 시장 예상(929억6000만 달러, 1.43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아이폰 매출이 1년 전보다 1.5%나 늘어났지만, 맥북은 31% 감소했습니다.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분기 전체 매출이 약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소폭 상승하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역은행 폭락 확산…파월 실수 or 공매도 탓?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