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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사상 최대 영업이익 발표하고 일주일동안 14% 급락
장부가치 대비 밸류에이션, 상장 직후의 5배 수준
신규 항공기 공급 차질 및 대형항공사 합병 수혜 기대감
티웨이항공이 도입한 A330-300.(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이 도입한 A330-300.(사진=티웨이항공)
‘주가는 기대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너무 좋은 1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 오히려 ‘피크(정점) 아웃’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항공 섹터를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한 쪽에선 ‘톱픽’으로 꼽았는데, 다른 쪽에선 현재 주가에 한참 못 미치는 목표주가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습니다.

티웨이항공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1분기 영업이익으로 8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발표 직전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인 323억원의 두 배가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입니다. 직전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인 2018년 1분기의 464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티웨이항공 내부적으로는 축제 분위기였겠지만, 주식시장은 정반대였습니다.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4일엔 주가가 7.68%, 이튿날인 같은달 25일엔 5.50% 하락합니다. 이후 2거래일동안 회복하나 싶더니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에 다시 주가가 무너지며 3135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요일에 실적을 발표하고 일주일동안 13.99% 하락한 겁니다.
[마켓PRO] 티웨이항공 1분기 '깜짝 실적'…주가는 급락, 왜?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주가엔 더 큰 기대 반영돼”

주식시장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의 1분기 호실적은 김이 빠질대로 빠진 콜라입니다. 길게 보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리오프닝(경재활동 재개)이 미뤄진 2021년이 시작일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역은 완화됐지만, 중국이 끝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를 고수하며 LCC들의 실적 회복을 가로막았습니다. 기대가 부풀었다가 실망하기를 수차례 반복한 거죠.

오랜 기다림을 보상하듯 이번에 티웨이항공이 화끈한 실적을 내놨지만, 이미 화끈함 이상의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증권은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의 제목을 ‘선투자와 더딘 여객 회복이 합작한 호실적’으로 달았지만, 투자의견 ‘중립’에 목표주가 2400원을 유지했습니다. 현재 주가보다 20% 이상 낮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는 건 ‘매도’ 의견이나 다름없죠.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의 밸류에이션이 LCC업계가 한창 성장하던 2018~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티웨이항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상장 직후인 2018년 여름 이후 2배 이하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10배가 넘습니다.

향후 성장을 점쳐진다면 시장이 비싼 밸류에이션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삼성증권과 신영증권은 그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신영증권도 실적 리뷰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3500원으로 올리면서도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내렸습니다. 티웨이항공의 실적 발표 직전 거래일 종가는 3645원이었습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저가항공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한시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영업이익률은 일반적으로 20%를 밑돈다”며 “(티웨이항공이 1분기에 기록한) 23%의 영업이익률은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티웨이항공의 이번 1분기 영업이익률이 ‘비정상적’이라는 겁니다. 비정상적인 영업이익률을 만들어준 건 공급 부족이었습니다. 삼성증권의 실적 리뷰 보고서 제목에 나오는 ‘더딘 여객 회복’이라는 말이 공급 부족을 뜻하죠. 증권가는 당초 올해 항공 여객 수가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행기가 부족해 현재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2019년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요.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싼 가격에 항공기 좌석을 꽉 채워 운항할 수 있으니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요.

한때 ‘흠슬라(HMM+테슬라)’로 불렸던 HMM의 사례에서도 봤지만, 공급 부족으로 인한 초과이익은 공급 확대로 이어집니다. 교역품을 나를 선박이 부족해진 데다 항만까지 봉쇄되며 해상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졌고, 항만 정상화와 함께 발주됐던 컨테이너선들이 인도돼 공급이 정상화된 뒤, 컨테이너운임지수는 5분의1토막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HMM 주가도 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고요.

불황기 확보한 중장거리용 항공기로 앞서 나갈까

현재 항공업계 상황은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던 때와 비슷합니다. 선박과 마찬가지로 항공기 역시 주문하면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니, 항공운임이 더 오르거나 유지될 여지가 있죠. 한동안은 비정상적이라고 평가되기도 하는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현재 수준 이상에서 버틸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습니다. 실적 리뷰와 함께 티웨이항공에 대한 분석을 개시하며 ‘톱픽’으로 꼽은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주목하는 지점입니다. 그는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를 49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말을 꺼내놓고 보니 티웨이항공과 고점을 향해 달려가던 2021년의 HMM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또 있습니다. 업계 경쟁사들이 선박이나 항공기를 줄이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오히려 영업자산(선박·항공기)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티웨이항공은 작년에 중장거리 노선에 적합한 A330-300 항공기 3대를 확보했습니다. HMM 역시 다른 글로벌해운사들이 코로나 사태로 교역 감소를 예상하고 선박을 줄이는 동안, 정상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을 잇따라 인도받았습니다.

배세호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 여객기는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13% 줄어든 상황”이라며 “글로벌 항공사들의 (항공기) 발주 급증에 따라 (경쟁사들은) 빠르게 기재(항공기)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티웨이항공의 한 발 앞선 투자는 항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이뤄졌을 때 LCC업계에서의 경쟁우위가 될 전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26개 정도 노선에 대해서 향후 10년 동안 운수권과 슬롯의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게 이전하라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죠. 중장거리 노선에 적합한 A330-300을 미리 확보해둔 덕에 대한항공·아시아나가 포기해야 하는 노선을 확보하는 데 있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겁니다.

배세호 연구원은 “만약 티웨이항공이 양대 항공사 합병에 따라 운수권을 확보한다면 비행거리 8500~9000km 수준인 유럽 노선 일부 운수권이 유력하다”면서 “다만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합병이 종결되지 않았다. EU·미국·일본 경쟁당국의 합병 심사도 남은 점을 고려할 때 티웨이항공의 유럽 신규 노선 취항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켓PRO] 티웨이항공 1분기 '깜짝 실적'…주가는 급락, 왜?

지분 9% 달하는 주주가치 희석 이벤트 남아…오버행 가능성도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버티는 과정에서 잇따라 자본 조달에 나서 이미 발행주식수가 대폭 늘어난 데다, 추가로 전환될 물량이 남아있습니다. 이 부분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을 대상으로 발행한 영구채의 전환 문제로 시끄러웠던 HMM과 비슷하군요.

다만 티웨이항공의 주주가치 희석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입니다. 2020년 9월에 약 6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무상증자, 2021년 3월에 JKL파트너스의 펀드를 대상으로 한 8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발행 및 70% 물량의 보통주 전환, 작년 2월에 9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발행주식수가 1억9441만4272주까지 늘어난 상태입니다.

아직 2020년 5월에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티웨이항공이 콜옵션을 갖고 있는 JKL파트너스의 전환우선주가 남아 있는 상황이고요. 두 물량을 합치면 주식 수가 추가로 9% 가깝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오버행 이슈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JKL파트너스 펀드 더블밸류업유한회사는 이미 티웨이항공의 지분 22.15%를 보유한 2대주주입니다.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당시 전환단가가 1643원이었기에, 전환된 물량에 대해서만 10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죠. 산은이 보유한 CB의 전환단가는 1573원입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