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맨카인드파마(Mankind Pharma)
사진=‘맨카인드파마(Mankind Pharma)
인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맨카인드파마(Mankind Pharma)’가 지지부진했던 인도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장을 통해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이 회사는 올해 인도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콘돔 팔아 1조 번 '이 회사'…개미들 우르르 몰려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맨카인드파마가 지난 25~27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15.32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800만주 모집에 4억2950만주가 몰렸다. 이 회사는 다음 달 뭄바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433억루피(약 7097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상장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도가 상당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주요국 연기금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앵커(핵심) 투자자’로 나섰다. 이들은 공모 밴드(주당 1024~1080루피) 최상단 가격을 지불했다.

설립한 지 32년 된 맨카인드파마는 심장 질환부터 소화 불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약을 제조한다. 인도 내에서만 25개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 매출액 기준 인도에서 4번째로 큰 제약 회사다. 맨카인드파마의 최대 ‘캐시카우’로 꼽히는 건 콘돔이다. 이 회사의 콘돔 브랜드 ‘맨포스’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콘돔 팔아 1조 번 '이 회사'…개미들 우르르 몰려들었다
IPO 시장에서 맨카인드파마가 거둔 성과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위축됐던 인도 자금 조달 시장 전망을 밝혔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인도에선 단 3곳의 기업만 증시에 상장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Tracxn에 따르면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급감한 수준이다.

네하 싱 Tracxn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달간 상당히 침체돼 있던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2022 인도 IPO 시장을 휩쓸었던 ‘기술 기업’들의 상장 열기는 시들해졌다. IPO에 나선 스타트업 수는 2018~2019년 연평균 19개 수준에서 2021년 65개, 2022년 41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 기업은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판 배달의민족이라 불리는 조마토(Zomato) 주가는 상장 당시(115루피)의 절반 수준인 59.95루피에 머물고 있다.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호텔 체인 오요(Oyo)는 공모 주식 수를 줄이는 등 상장 계획을 축소했다.

경제컨설팅업체 IMA 아시아의 프리얀카 키쇼어 이사는 “투자자들은 이제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술 부문 스타트업보다 균형 잡힌 대차대조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맨카인드파마는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780억루피(약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과 145억루피(약 2375억원)의 세후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의 97%가 국내 수요에서 나온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