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에선 규제 타격 민간기업 대신 국영기업 초강세

미국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최근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이번 달 들어서만 1천억 달러(약 133조9천억 원)가 사라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알리바바와 JD닷컴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 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드래곤차이나지수'도 6일 연속 약세를 이어가 이달 들어 10% 넘게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호재에 따른 반짝 장세가 사라지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 틱톡 퇴출, 반도체 수출통제 등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재빠르게 중국 주식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 경제의 핵심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장기투자 펀드들이 이번 달 들어 중국 ADR를 대거 내다 팔았다고 전했다.

스위스 금융사 UBP는 이번 주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거론하면서 중국 시장의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PP)은 이날 홍콩에 있는 아시아 주식투자팀을 해체한다고 밝히는 등 소비 반등이 예상보다 빠른 중국 경제의 회복을 이끌고 있는데도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가 자신들이 추적하는 92개 주식 벤치마크 중 3개월간 최악의 성과를 거둔 5개 지수에 포함됐고, 중국 CSI300 지수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5일을 보내는 등 중국 기업이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비해 중국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국영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뜨겁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올해 들어 홍콩H지수가 1.5% 하락한 데 비해 홍콩항셍국유기업지수(HSCSHEI)는 8.3% 상승해 대조를 이뤘으며 개별 종목으로는 홍콩에 상장된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이 31%, 중국석유천연가스(페트로차이나)와 중국국유철도그룹(CR)이 각각 49%와 41%나 올랐다.

중국 통신주는 모바일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중국의 디지털 경제 활성화 계획의 수혜, 국영 에너지 및 광업 관련주는 원자재 호황, 건설주는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기대 등 종목별 호재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국영기업들이 혁신과 기술자급 제고 등 국가 전략적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정책 강화에 따른 광범위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작용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또 국영기업 대부분이 금융과 중공업 등 성장 속도가 느린 구(舊)경제를 구성하는 기업들이어서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몇 년간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美상장 중국 기업 가치 이달에만 '134조원 증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