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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위원(애널리스트)

에코프로 첫 매도 리포트 낸 애널리스트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가치 5배 반영해도 당시 주가 과열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설에…"말도 안 되는 음모설"
유튜브 말 믿다간 투자 본질 놓칠 수도

2차전지 투자전략 물어보니…"테슬라와 정책 중요"
[마켓PRO]'에코프로 첫 매도 리포트' 김현수 애널 "배터리 셀 3사 관심, 전해질·분리막도 유망"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낸 계기는 간단합니다. 당시 주가가 밸류에이션(기업가치)보다 상당히 고평가됐기 때문이죠. 주식이 저렴할 때는 매수 의견을, 고평가됐을 때는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

에코프로 첫 매도 리포트를 낸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이 조(兆)단위인 종목의 주가가 석 달간 6배 이상 오르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현 주가에 너무 먼 미래의 가치까지 반영한 2차전지 관련주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으로 에코프로가 먼 미래가치까지 끌어 쓴 종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자회사별 예상 이익(2027년 기준)에 근거한 에코프로의 기업가치를 11조8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의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 전날(4월11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의 시총은 20조47000억원이다.

일부 투자자는 김 애널리스트가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에서 비상장사 자회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김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주력 사업인 수산화리튬의 ㎏당 가격을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8달러로 가정해 나온 결과인데, 이 경우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기업가치는 6000억원"이라면서 "85달러까지 치솟았던 수산화리튬 가격은 현재 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5배가량의 가치를 부여하더라도 에코프로 시총은 14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업이익률 역시 리튬가격이 10배 오르는 시기에 발생했던 래깅효과(저가 원재료를 구매한 후 비싼 판가에 판매해 발생하는 스프레드 효과)가 작년에 컸는데, 이것은 메탈가격이 매년 10배씩 상승한다는데 근거해야해서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음극재 외 다른 2차전지 밸류체인(분리막·전해질·동박 등)에서 종목을 찾는 것도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2차전지 구조상 음극재 등 메탈 부분이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으나, 음극재 아니면 버리라는 식의 인식은 불필요하다는 것. 한경 마켓PRO는 김현수 애널리스트에게 에코프로 매도 의견을 낸 이유와 2차전지 투자 전략 등을 물어봤다.

▷최근 시장에서 에코프로 리포트가 큰 주목을 받았는데, 국내 증권사에서 그간 찾기 힘든 매도 의견까지 제시했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에코프로처럼 조단위 종목이 갑자기 급등해서 시총이 수십조로 올라서는 경우가 드뭅니다. 10~15%가량 과열됐다면 모르겠으나, 제 예상보다 40%가량 높아진 에코프로 주가는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보는 에코프로 적정 주가는 50만원 내외입니다.(지난 21일 에코프로 종가는 57만4000원)

그리고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는 어떤 의도나 타이밍을 가지고 쓴 리포트가 아닙니다. 에코프로가 잠정 실적을 발표했길래, 이를 토대로 작성한 통상적인 리포트입니다. 근데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제 리포트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오해합니다. 일부 유튜버들이 공매도 세력 결탁 등의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제기하면서죠. 저는 그동안 에코프로를 커버하면서 주가가 저렴할 때는 계속 매수하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올 들어 주가가 급격히 오르고, 예상 기업가치 범위를 넘어서자 매도 의견을 냈을 뿐입니다. 리포트를 낼 당시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됐으니 주식을 팔라는 의미로 전달했을 뿐입니다."

▷2차전지 내 어떤 분야가 가장 과열됐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추천하는 2차전지 업종이나 종목은?

"저는 2차전지 산업 구조상 중요도가 높은 음극재 등 메탈 부분이 과열됐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셀에서 메탈 원가 비중이 절반이나 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커진 것이죠. 일부 종목의 경우 아주 먼 미래(2027~2029년)의 이익까지 주가에 반영된 상태입니다. 먼 미래의 성장성이 현 주가에 반영될 경우 주가가 정체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가 그렇습니다. 통상 아주 먼 미래가치가 현 주가에 반영되면 상당 기간 주가가 정체 과정을 겪습니다.

저는 배터리 대형주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를 눈여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생산 세액 공제 혜택(AMPC)이 적용돼 대형 2차전지 업체들의 순 비용 절감과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 3사에 적용되는 이 혜택은 상당히 큰 수혜입니다.

전해질이나 분리막 등의 소재 분야도 추천합니다. 다만 수익성 변동이 있어, 시기마다 트레이딩이 필요합니다. 음극재 등 메탈 분야는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으나, 현재 주가가 과열된 만큼 2차전지 업종 내에서 싼 주식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극재 5개 업체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50%인 반면, 양극재 제외한 소재주의 평균 상승률은 마이너스(-) 28%입니다."

▷2차전지 섹터를 투자할 때 꼭 챙겨야 하는 지표가 있나요?

"2차전지 섹터는 결국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에 달려있습니다. 작년에 2차전지 섹터가 부진한 이유 중에는 평균 500대 수준의 재고가 2000대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다가 올 들어 테슬라가 판가를 낮추더니 신규 주문 건수가 월별 최대치를 찍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죠. 전기차 판매량 등 전방 산업의 지표를 꼭 챙겨야 합니다.

미국 IRA나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정책도 주목해야 합니다. 우선 해당 법안의 골자는 중국을 2차전지 공급망에 배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2차전지 관련 업체들에 호재가 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죠. 정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나아가 세부적인 법안이 국내 2차전지 산업에 어떤 수혜를 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책은 결국 전기차 판매량과 연결됩니다. 전기차 판매량은 보조금 정책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에 따라 국내 2차전지 업체들도 빠르게 탈 중국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2차전지에 들어가는 주 원재료인 흑연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하죠. 일부 원재료들은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재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투자자들이 일부 유튜버들의 잘못된 정보로 본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가가 고평가됐을 때는 매도를, 주가가 저렴할 때는 지금 사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본연의 역할입니다. 애널리스트가 리포트를 발간하기까지 기업 담당자부터 펀드매니저 등과 다양한 논쟁과 분석 과정을 거칩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철저히 가격을 기준으로 리포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