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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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이 사업목적에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목적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2차전지 관련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폭등하는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목적 추가나 변경이 주가 부양에 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목적 변경으로 주가 급등

2차전지 스치기만 해도 급등…개미 '투자 주의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차전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코스닥 상장사는 16개다. 사업목적 변경을 예고한 곳까지 합치면 20여 개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까지 합치면 올해 1분기 90여 개 기업이 사업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주가는 사업목적 변경 소식이 나오자마자 폭등하고 있다. 새로운 2차전지 관련주를 찾으려는 개미들과 주가 부양을 노린 투기적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그릴 제조업체 자이글은 올해 주가가 358% 올랐다. 코스닥지수 상승률의 10배에 달한다. 자이글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차전지 셀 및 소재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넣었다.

통신장비 업체 중앙디앤엠(상승률 333%),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 율호(110%), 전자부품 업체 아이엠(90%) 등도 비슷한 이유로 올해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앙디앤엠은 2차전지 소재 제조 및 판매를, 율호는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커지는 ‘투자주의보’

바이오업체인 선바이오는 지난 14일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을 예고한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테라사이언스도 13일 2차전지·리튬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시하자 이튿날 상한가로 치솟았다. 테라사이언스는 지난 10년간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

사업목적 추가 없이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나 발표에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이화그룹 계열사인 이아이디, 이화산업, 이화전기는 이날 상한가로 마감했다. 최근 미국 네바다 리튬 광산 현장을 실사했다고 발표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엔터테인먼트업체 초록뱀이앤엠도 2차전지 관련 화학 사업부가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사업부는 지난해 1억2435만원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목적만 추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목적 추가는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자금 조달을 앞두고 사업목적 추가에 나선 사례도 있다. 아이엠, 아이텍, 자이글, 중앙디앤엠, 하이소닉 등은 최근 사채발행 또는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다.

상당수 기업이 적자 상태에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올해 1분기 사업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한 16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11개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테마주 광풍이 꺼지면 반락할 가능성이 높아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