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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2011년에도 호실적으로 인한 조선주 랠리 나타나
“내년까지 오른다” vs “단기에 그친다”
지난달 2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배들 위로 골리앗크레인들이 선박 부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HD현대 제공
지난달 2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배들 위로 골리앗크레인들이 선박 부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HD현대 제공
조선사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가 선박 수주 모멘텀에서 실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작년까지의 수주 호황이 실적으로 나타날 시기가 다가오면서다. 이에 1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이달 들어 조선사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반등이 길게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갈렸다. 호실적이 지속되는 동안 주가도 따라간다는 낙관론,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수주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데 선박 발주 시장이 축소될 조짐이 보인다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국조선해양은 8.52%, HD현대중공업은 5.40%, 대우조선해양은 14.49%, 삼성중공업은 9.86% 각각 상승했다.

1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자산운용사에서 조선산업 리서치를 병행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올해는 작년 대비 수주가 쉬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실적과 수주 이외의 다른 투자 포인트를 찾고 있다”며 “2021년 상반기까지 이뤄진 저가 수주의 악영향 완화, 조선사들이 이야기해온 ‘반복 건조를 통한 마진율 개선’ 등이 실적 기대감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진 2020년 3월 이후 세계적인 봉쇄로 인해 조선사들의 수주활동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붕괴 속에 해상 물동량이 오히려 늘어나자 2020년 말부터 선박 수주 소식이 쏟아졌다. 하지만 1년에 걸친 수주 공백으로 도크(선박을 건조하는 공간)조선사들은 비싼 가격을 부르기 어려웠다. 조선사들이 일감을 어느정도 채운 뒤인 2021년 6월께부터 신조선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작년까지는 신조선가가 오르기 전에 수주한 선박 건조 일감 위주로 매출이 구성된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철강재를 비롯한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충당금까지 쌓으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신조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고, 과거 쌓았던 충당금 중 일부가 환입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A씨는 전했다.

과거에도 실적은 조선사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였다고 엄경아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2007년과 2011년 당시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50만원 이상으로 치솟은 적이 있다”며 “2007년의 랠리의 배경은 수주 호황이었고, 이 수주 호황이 2010년 실적에 반영돼 2차 랠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의 역사적 고점은 2011년 4월8일의 52만2221원(증자·감자 영향이 반영된 수정주가)으로, 호황기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구간에서 나왔다. 엄 연구원은 “수주 호황에 따른 호실적이 확인되면 조선사들의 밸류에이션이 올라가게 된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조선사 주가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조선사 주가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의 주가 등락은 조선사들이 생산능력 확장이나 고부가 선종 비중 확대 등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반면 A씨는 조선사 주가 랠리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조선사 주가를 움직이는 건 결국 수주라는 것이다. 당장 올해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작년보다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작년이 워낙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글로벌 신조선 발주는 모두 238척으로, 1년 전의 515척 대비 53.8% 감소했다. 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인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으로는 45.7% 줄었다.

A씨는 “신조선가가 탱커선 위주로 좋은 상황이라 전체 신조선가지수도 버티고 있지만, 선박 발주 시장 상황에 선행하는 중고선가는 많이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완성된 선박을 인도하면서 감소하는 수주잔고를 새로운 수주로 채우지 못하면 조선사들의 협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