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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마켓PRO] "금통위 금리인상 기조 마무리, 중장기 달러약세"
SVB발 금융불안은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신속한 유동성 공급으로 일단 진화되었지만, 그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노랜딩을 당연시했던 분위기는 점차 바뀌고 있다. 여기에 OPEC+의 깜짝 감산으로 디스인플레를 견인했던 국제유가가 베럴당 80달러내외로 반등하자 투자심리가 불안정해지며 달러·원 환율도 1,300원 위에서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양상이다.

우리는 코로나발 과잉 정책으로 대규모 초과 저축과 고용시장의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등 미국 경기 사이클이 왜곡되어 있어 시간이 갈수록 점차 미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며 경기침체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침체 폭과 기간은 신용위험과 은행위기의 파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여 예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만일 연준의 선제적 대응이 전개된다면 완충 작용을 통해 침체 폭을 얕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연준의 피봇 가능성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중심권을 차지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연준의 양대 목표(dual mandate)와 연계해 주시할 수 밖에 없는 3월 미국 신규고용에 이어 핵심 소비자물가가 연이어 대기하고 있어 시장은 주요 지표를 확인하며 민감한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23만명대의 신규고용과 컨센서스상 전년비 5%대 핵심 CPI(소비자물가지수)의 조합이 형성되어 있어 연준이 정책 기조를 바꾸기에는 아직 충분치 못하다.
[마켓PRO] "금통위 금리인상 기조 마무리, 중장기 달러약세"
경기침체 위험에도 불구하고 물가에 발목 잡힌 연준의 현 상황을 외환시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스마일 달러'에 적용하면 달러 강세에 상대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고금리와 경기침체 구간에서는 미달러가 더욱 선호된다는 '스마일 달러'가 과연 절대 불변의 진리일까? 시장과 중앙은행의 선행적인 움직임을 감안하면 '스마일 달러'를 보다 유연하게 해석해야 할 여지도 적지 않다. 실제로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한 이후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거나 뒤늦게 완화 정책을 펼친 1970~80년대에는 미달러가 강세를 보인 반면, 1990년대 이후에는 연준의 경기 선행적인 움직임 전개로 미달러는 경기침체 진입에 앞서 오히려 약세 전환이 훨씬 뚜렷해졌음을 주목해야 한다.

결국 달러 강세의 양 끝구간을 의미하는 '스마일 달러'의 핵심은 연준의 피봇 전환 속도에 달려 있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연준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길게 보면 물가 둔화 아래 경기와 금융안정간의 균형으로 통화정책이 점차 이동하며, 올해 4/4분기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달러 약세에 힘이 실릴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직면한 2/4분기에는 연준이 불만족스러운 물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에 따라 외환시장의 진폭이 커지고 달러 약세에 대한 저항으로 환율 하락이 제한될 가능성이 큰 구간으로 판단된다.

이번주 금통위가 열리는 한은도 복잡한 연준의 심기를 눈치 보게 될 것이다. 최근 금통위에서 최종금리가 변동되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드러냈지만, 역설적으로 금리인상 마무리에 다가섰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만일 SBV발 금융불안의 징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없었다면 25bp 인상을 택했을 수도 있겠지만, 국내 경기 부진이 두드려지는 상황에서 한은도 이제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로 사실상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