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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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까지도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전기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 기업은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대비 많게는 5~10%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업종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고꾸라지고 있다. 수요 둔화 장기화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고 기업들의 충격 흡수 여력이 소진되면서 영업이익 전망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익 전망치, 올 들어 반토막

삼성 89%·포스코 66% 영업이익 급감…"추정치보다 나쁠 수도"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주요 64개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2조44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수치다.

작년 12월 초만 해도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4조5201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1월 초 22조7713억원, 지난달 초 16조368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실적 추정치가 내려가는 이유는 4월 7일 1분기 실적 발표 시즌 시작을 앞두고 ‘어닝 쇼크’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을 낮춰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전기전자 등 업종을 불문하고 대부분 1분기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02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4조1214억원) 대비 89.4%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2월 예상치는 7조1142억원이었으나 올해 들어 추정치가 5분의 1토막 났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원가 상승과 수요 감소의 충격을 동시에 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7534억원으로 66.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영업이익 감소율 -63.8%), 금호석유화학(-76.3%), LG화학(-40.9%) 등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전기전자·게임도 직격탄

지난해 호실적을 냈던 정유업체들도 올해 부진이 예상된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이 전망되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555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491억원) 대비 3분의 1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이 6328억원으로 5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전자는 소비 침체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LG이노텍은 1분기 영업이익(1779억원)이 5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출하가 줄면서다. LG전자는 가전과 TV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44.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직후 실적 성장을 주도했던 게임과 인터넷 업종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재택근무 효과로 재미를 봤던 게임주는 어닝 쇼크가 전망된다.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1분기 영업이익이 628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 대비 74.3% 급감한 규모다. 카카오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1393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은 조선, 2차전지, 태양광, 자동차 등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